"윤호중 잘한다"···독재 비판 쏟아져도 계좌엔 후원금 수북

중앙일보

입력 2020.12.10 10:00

업데이트 2020.12.10 14:12

1980년대 군부독재에 항거했던 서울대 운동권 학생은 2020년 국회에서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8~9일 여야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쟁점 법안을 속전속결로 본회의에 넘긴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얘기다. 윤 위원장은 9일 국민의힘이 보이콧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소회를 남겼다.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는 여당은 ‘독재’ 소리를 듣고, 그것을 막으려는 야당은 민주세력인 것처럼 간주해 온 과거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독재냐, 반(反)독재냐’ ‘민주냐, 반민주냐’ 이런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야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중앙포토

윤 위원장은 이어 “우리 국민들이 어느 당이 더 독재적이냐 독재적이지 않냐, 이것으로 정당을 평가하던 시대를 벗어나고 있다. 그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얘기”라며 “대안 경쟁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됐다는 걸 빨리 깨달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소수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저 또한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소수당에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단독처리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전날 그는 자신에게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 이제 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가는 이런 행태야말로 정말 독선적인 행태”라고 소리쳤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저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저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시간을 거슬러 2014년 12월 2일. 당시 야당(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였던 윤 위원장은 여당(새누리당)이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을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일방 처리하자 “조세소위를 무력화시킨 데 대해 정부·여당은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가 생각하는 국회법의 기본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법 조항을 믿고 무조건 밀어붙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여야가 많고 적음에 매달리지 말고 합의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랬던 윤 위원장은 21대 국회 법사위원장이 된 뒤부턴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는 1998년 이후 22년 만에 한 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여당 단독 선출로 법사위원장이 됐다. 지난 8월엔 부동산 관련 세법·임대차법 등을 법안 숙려기간(최대 20일)도 무시한 채 무더기로 통과시키곤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에서 벗어난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7월 29일 법사위 소관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킬 땐 먼저 소위부터 구성해서 논의하자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묵살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여야 간사 협의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전체회의에서도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국민의힘 측이 “어차피 표결로 통과시킬 거 아니냐”고 항의하며 퇴장하자 윤 위원장은 “토론도 없이 이렇게 나가는 게 민주주의냐”고 말했다.

지난 8일 법사위에선 또 달랐다. 윤 위원장은 회의장이 소란스럽다는 이유로 토론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 토론이 불가한 상황이다. 양해해주시면 바로 의결하도록 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을 신청했지만 허락하지 않았고, 상법 개정안 처리 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중간에 끊었다.

극성 친문 지지자들은 그런 윤 위원장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그가 ‘독재’라는 비판을 감내할수록 의원실 후원 계좌엔 3만원, 10만원씩 후원금이 쌓였다. 친여(親與)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엔 ‘후원 인증샷’과 함께 “오늘 하루 고생하신 윤호중 의원님” “법사위원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응원 문구가 쇄도했다. 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런 걸 원한 거다. 오늘에야 압승 여당의 면모를 보여주셔서 그나마 풀린다”란 글이 올라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