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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40조 시장 다시 열린것 맞냐···中게임 ‘애매모호한 판호’

중앙일보

입력 2020.12.10 05:00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일까. 지난 2일 중국 정부가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승인하자,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게임 업계 전반엔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자'는 신중론이 대세. 기다리고 기다리던 판호 승인에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가 뭘까.

무슨 일이야?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던전앤파이터(넥슨) 캐릭터. 김정민 기자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던전앤파이터(넥슨) 캐릭터. 김정민 기자

·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지난 2일 공개한 온라인게임 승인(판호) 리스트에 국내 게임사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가 포함됐다.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4일 KBS 시사프로 사사건건에 출연해 “(한국 게임사에 판호가)발급된 게 사실”이라며 “가까운 이웃으로서 모든 면에서 양국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판호가 왜 중요해?

·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게임시장이다. 중국게임공작위원회(GP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산업 규모는 2308억 위안(약 38조원)이다.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14조원 안팎.
· 중국게임 이용자 수는 지난 1분기 6억 5400만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13배 이상 많다. 중국에서 게임 히트작 하나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국 내 수익과 단위가 다르다.
·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 앤 파이터'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국내 게임이다. 지난해 네오플 매출은 1조 1397억원, 영업이익 1조 367억원이었다. 이중 상당수가 중국 지역 매출. 크래프톤이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2370억원, 영업이익 6813억원을 올린 것도 중국 매출 덕분이다.
· 이 때문에 중국은 많은 게임사에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 3월부터 지난 2일 전까지 한국 게임사에 단 한 건의 판호도 내주지 않았다.

게임사의 속내 ① 생색내기 VS 정책변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는 최근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인 판호를 받았다. [사진 컴투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는 최근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인 판호를 받았다. [사진 컴투스]

이번 판호 발급을 두고 중국 정부 정책이 변한 것인지 생색내기식 허가인지 해석이 엇갈린다.
· 긍정론 : 어찌 됐든 실제 3년 9개월간 없었던 판호가 발급이 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게임업계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4년간 막혀있던 한국 게임 판호가 이제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중론 : 판호를 받은 서머너즈 워가 2014년 국내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누적 1억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글로벌 히트 게임이다. 이 IP로만 컴투스는 2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판호 신청은 2016년에 했다. 중국에서도 이미 여러 경로로 이 게임을 경험한 이들이 많다. 더구나 컴투스는 내년 초 이 IP를 활용한 신작 게임도 준비 중. 판호를 받은 게임의 상품성이 4년 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면허는 나왔는데 실제 운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사의 속내 ② 수출국 다변화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는 국내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 넷마블]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는 국내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 넷마블]

3년 9개월간 판호 발급 중단 사태를 겪은 국내 게임사들은 이미 중국 외 해외시장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했다. 중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다.
· 넷마블 : 지난 3분기 전체 매출 6423억 원 중 4787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북미 38%, 유럽 12%, 일본 9%, 동남아 9% 순. 동명의 일본 인기 만화를 소재로 만든 게임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지난 4월 국내 모바일 게임 최초로 북미 애플 앱스토어 매출 3위에 올랐다. 프랑스·독일 등 서구 주요국 앱스토어 매출 1위도 차지. 이 게임을 만든 넷마블펀 서우원 대표는 “팬층이 확실한 일본 애니메이션풍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이라며 “기획단계부터 글로벌 이용자를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 엔씨소프트 : 엔씨도 해외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누적 해외 매출은 3156억원. '길드워2'를 서비스 중인 북미·유럽이 705억원으로 가장 많다. 리니지M은 일본과 대만에 서비스 중이며 리니지2M은 내년 1분기 대만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
· 권구민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추세적으로 판호 자체를 많이 줄이고 있고 해외 게임사가 신청한 판호는 더더욱 보수적으로 발급한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외에 다양한 지역으로 저변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중국 최대 게임 사이트인 '17173.com'가 집계하는 '출시 기대 모바일 게임 차트'에 국내 게임사인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2위에 올라있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은 3위다. 사진 17173.com 캡처

중국 최대 게임 사이트인 '17173.com'가 집계하는 '출시 기대 모바일 게임 차트'에 국내 게임사인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2위에 올라있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은 3위다. 사진 17173.com 캡처

당장 국내 게임사에 추가로 판호가 발급될 지가 관전 포인트다.

·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중국 이용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게임 중 하나다. 중국 최대 게임 포털인 ‘17173.com’이 집계하는 ‘출시 기대 모바일 게임 차트’ 2위에 올라있다. PC용 검은사막도 PC 순위에 3위에 이름을 올린 상황. 서머너즈 워 판호 발급 소식이 알려진 지난 3일에는 전날 대비 주가가 14% 이상 올랐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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