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북 코로나’ 발언, 김여정 “두고두고 기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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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5일만에 대남 공세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타깃으로 삼았다.

비건 방한 맞춰 6개월 만에 담화 #“미국 우회적 압박 의도” 분석

북한 매체들이 9일 공개한 8일 자 담화에서 김여정은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이 언급한 ‘주제넘은 평’은 강 장관이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마나마 대화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 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당시 남북 간 코로나19 협력에 대한 패널의 질문에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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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대남 담화는 6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철면피하고 뻔뻔스럽다”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 그런 김여정이 175일간의 침묵을 깨고 강 장관을 비난하고 나선 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진두지휘하며 확진자가 없다고 했는데, 강 장관이 사실상 이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또 강 장관이 국제무대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김 위원장의 권위를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여지가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0·10 노동당 창건 75주년 연설에서 “한 명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담화 발표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과 겹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저녁 한국에 도착했고, 11일까지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9일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및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했고, 10일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김여정이 문제삼은 건 강 장관의 발언이지만, 미국을 향한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1월 들어설 미국의 새 행정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으면서도 한·미 동맹 관련 사안의 실무 부처인 외교부 장관을 걸고 들어가 우회적으로나마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날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언론의 요청에도 “입장은 없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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