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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尹징계 같은날 해치운다, 거여 치밀한 '1일1법'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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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윤 위원장 손을 붙잡으며 의결을 막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가운데)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윤 위원장 손을 붙잡으며 의결을 막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단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먼저 올린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이 들어오면 종결 동의 신청을 내고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9일)를 하루 앞둔 8일, 민주당 원내핵심관계자가 전한 입법 전략이다. 민주당은 9일 오후 2시 열리는 본회의에 공수처법을 상정한다.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 등 다른 쟁점 법안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 올릴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으로 저지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비책도 마련했다. 우선 9일 오후 본회의에 공수처법을 상정한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10일 0시 정기국회 회기 종료에 따라 본회의가 자동 산회될 때까지 기다린다. 일단 첫날은 ‘버티기 전략’이다.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끝난다. (국회법 106조의2 8항) 이후 공수처법은 10일 오후 2시 열리는 임시국회 첫 번째 본회의에서 토론 없이 표결에 부쳐진다. 174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 입장에선 의결 정족수(재석 과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전 10시 30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를 소집한 만큼, 공수처법 통과와 윤 총장 징계가 같은 날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 “12월 10일은 검찰 개혁의 디데이(D-Day)”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법 이후엔 180석으로 ‘토론 종결’

이후 민주당의 쟁점법안 통과 복안은 필리버스터 무력화다. 국민의힘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종결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경우 '24시간 뒤 무제한 토론 종결 여부’에 대한 무기명 표결이 이뤄진다. “종결 동의 신청 뒤 24시간 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 찬성으로 무제한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는 국회법(106조의2 6항)을 활용한 계획이다. 결국 하루에 쟁점법안 하나를 처리하는, ‘1일 1법’ 전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로 들어가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백혜련(왼쪽부터) 의원을 향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로 들어가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백혜련(왼쪽부터) 의원을 향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의 고민은 180석을 매번 확보할 수 있느냐다. 민주당 의석(174석) 중 정정순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기에 실제 표결할 수 있는 이는 173명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우군(友軍) 이 될 수 있는 열린민주당(3석)과 제명·탈당으로 무소속이 된 김홍걸·양정숙·이상직 의원 3명을 설득하고 있다. 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규합 대상이다.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 수치상으로는 181석이 가능하다.

본회의 전원 참석도 관건이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민주당 의원 174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12월 9일부터 본회의가 계속되고 5분의 3석(180석) 의결정족수가 필요하므로 의원님들께서는 본회의에 모두 참석해 주셔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상황보고’ 형태의 글에서 김 수석은 “9일 본회의 의결 시 필리버스터 신청이 예정되어 있어 임시국회(12월10일~1월10일)를 오늘 소집했다”며 “24시간 필리버스터 후 재적의원 5분의 3으로 종료하고 공수처법 등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가운데)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2~3일짜리 임시국회를 신청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1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가운데)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 동의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2~3일짜리 임시국회를 신청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김경록 기자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의원을 10명 규모로 묶어서 채팅방을 만들고, 원내부대표와 상임위 간사가 ‘조장’격으로 본회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에게 지방 일정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할 때 썼던 이른바 ‘살라미(쪼개기)’ 전술은 더는 쓰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민주당은 임시국회 기간을 2~3일로 쪼개서 개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살라미 방식은 법안 하나 처리하는데 2~3일씩 걸린다”며 “과반 의석을 훌쩍 넘는 지금은 24시간마다 한 건씩 처리할 수 있다. 이게 180석의 힘”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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