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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시센터 "소득세 안 내" 탈세혐의 고발에 MBK 김병주 "세금 다 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민단체 금융감시센터가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을 역외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MBK파트너스가 2013~2019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는데,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과세당국에 개인소득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시센터는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220억 달러(약 24조원)이상 투자금을 운용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운용사다. 고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사위인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세웠으며 현재 서울을 비롯해 베이징·상하이·홍콩·도쿄 등지에 지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캐피탈·코웨이·두산공작기계·홈플러스·네파·롯데카드 등 다수 기업을 인수·매각했다. 지난해엔 오렌지라이프를 2조3000억원에 신한금융지주로 매각해 주목을 받았다.

금융감시센터, 홈플러스마트노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역외탈세 혐의 검찰 고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금융감시센터, 홈플러스마트노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역외탈세 혐의 검찰 고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국내에 거소 없다며 소득세 안 내" VS."한미 과세당국 신고 뒤 미국에 납부"

정용건 금융감시센터 대표는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 인수·매각을 통해 약 2조3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을 비롯한 한국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고, 한국 주요 은행들에서 론(대출)을 받는 등 영업활동을 모두 국내에서 했다"며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그로 인해 상당한 수입을 얻고서도 미국 시민권자로서 국내에 거소가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개인소득세를 1원도 납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병주 회장이 국내에서 세금을 단 한 푼도 납부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탈세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세법은 국내 거주자(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연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 또는 국내원천소득이 있는 비거주자에 납세 의무를 지우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홍콩 등 해외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시센터가 제시한 MBK파트너스의 주요 수익 내역은 배당과 지분 매각 대금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오렌지라이프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한 뒤 2014~2018년 중 회사로부터 총 7194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2017년엔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1055억원을 취득하면서 사실상 투자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 지난해 1월엔 잔여 보유지분 전량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2조3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 회장의 개인 소득세 부분에 대해 MBK파트너스 측은 "오렌지라이프 공모와 지분 매각으로 인한 총소득은 시민단체 주장 금액보다 적고, 그중에서도 MBK파트너스가 얻은 소득은 일부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렌지라이프 지분 매각과 관련한 소득에 대해서는 법령에 따른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제기된 의혹에 대해 " 김 회장은 2015년 개인적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한미 양국 과세당국에 (소득을) 모두 신고했고 한미조세조약에 따라 미국에 세금을 납부했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이날 금융감시센터는 "오렌지라이프의 정문국 대표의 스톡옵션 수익(약 200억원)에 비춰보면 김병주 회장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 분명하고 우리는 그 수익액이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측은 "경영참여형 기관투자전용 펀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허위주장"이라며 "MBK파트너스의 투자수익은 출자자와 공동투자자에 먼저 배분되고 난 후의 몫이며, 심지어 개인 파트너의 소득은 훨씬 낮은 금액"이라고 대응했다.

"MBK파트너스 세무조사 신속 진행" VS. "성실히 조사 응해"

MBK 김병주 사모펀드 회장. 중앙포토

MBK 김병주 사모펀드 회장. 중앙포토

금융감시센터는 현재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국세청에도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정 대표는 "국세청은 지난 5월 MBK파트너스 탈세 여부에 대하나 조사를 시작해놓서도 아직까지 기간만 연장하면서 마무리를 짓지 않고 있다"며 "세무조사를 신속하고도 철저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정기 세무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납세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내 연기금 투자자들을 향해서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을 비롯해 많은 국내 연기금 투자자들이 지금도 MBK파트너스의 사모펀드에 수조원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김 회장이 위와 같이 국내에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투자 행태도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한미 양국의 과세당국에 모두 신고했고,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조세협약에 따라 세금을 미국에 모두 납부했다"며 "국내외 연기금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수탁자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시센터는 지난 10월 '투기자본에 대한 사회적 감시·금융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 활동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시민단체다. 정용건 사회연대포럼 대표와 전창환 한신대 교수, 강문대 변호사, 박홍배 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이재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김정수 인덕회계법인 상무이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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