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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던지기 수법' 원조 亞마약왕, 2년전 사라진 그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남미에서 출발해 부산 신항에 도착한 냉동컨테이너를 압수수색해 약 124억원어치에 달하는 코카인을 압수했다. [사진 국가정보원]

중남미에서 출발해 부산 신항에 도착한 냉동컨테이너를 압수수색해 약 124억원어치에 달하는 코카인을 압수했다. [사진 국가정보원]

실체 드러낸 국제 마약 루트, 47kg 코카인 압수 작전

지난 8월 13일 부산항. 15만3000t급 선박에 실려있던 냉동 컨테이너를 뒤지자 냉동기계 장치 부분에서 벽돌 모양의 물건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10개 넘게 쏟아졌다. 중남미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를 거쳐 온 코카인 47kg이었다. 1인분을 0.1g으로 계산하면 47만명이 한번에 흡입할 수 있는 양이었다.

이 코카인의 최종 도착지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7월부터 해외 협력기관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의 정보가 수사기관에 전달됐고, 이날 검찰과 경찰·세관이 총출동해 코카인을 압수했다.
정보는 정확했다. 해당 선박은 물론 6000개 넘는 컨테이너 중 남미산 냉동 닭고기가 실린 컨테이너를 뒤지자 시가 124억원어치에 달하는 코카인이 나왔다.

국정원 관계자는 "한국이 국제 마약의 중간 전달 지역으로 떠올랐다"며 "해외 기관들과의 공조를 통한 첩보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거-탈출-재검거, 아시아 마약왕 체포 작전

지난 5월 30일 오전, 방호복을 착용한 한 사람이 좌우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의 경계를 받으면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나타났다. 5년간 국정원이 추적해온 일명 ‘아시아 마약왕’ A씨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수년간 가짜 신분으로 동남아에서 지낸 A씨가 국내로 들여온 마약만 수십 kg에 달한다. 또 인터넷을 통해 공짜 여행을 미끼로 대학생이나 가정주부 등 국내 운반책을 모집해 적발된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A씨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운반책과 연락하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18.3kg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로 밀수했다. 필로폰 18.3kg은 필로폰 1회 투약분 0.03g을 기준으로 할 경우 61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가는 610억원에 달한다.

특히 A씨는 마약을 특정 장소에 은닉한 후 투약자가 직접 찾아가게 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하부 마약 판매상들을 프랜차이즈화하는 등 국내 마약범죄의 대중화를 시킨 위험인물이었다.

A씨는 2018년 1월 22일 캄보디아 마약청과 한국 수사당국의 공조로 검거됐지만 캄보디아 이민국 구치소를 탈출해 도주했다. 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 채널을 총가동했고, A씨가 캄보디아 밀림 지역을 거쳐 태국으로 밀입국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 정보로 인해 A씨의 검거 작전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태국 현지에서 마약 범죄를 밝혀내기엔 장시간이 소요되고, 자칫 체포 후 또다시 놓칠 수 있다 판단했다.

이에 국정원과 국내외 수사기관은 일단 태국 불법 체류로 A씨를 체포하기로 결정한다. 태국 당국이 불법 체류로 A씨를 체포한 다음 한국으로 강제추방하면 한국 수사 당국이 구속 수사키로 합의했다.

2019년 12월 태국 방콕의 한 카페에서 국정원 해외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A씨는 태국 당국에 붙잡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고 A씨의 추방과 강제송환에 난관에 부딪혔다. 국정원은 그동안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온 태국당국에 A씨의 송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해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마침내 태국 당국이 강제 추방을 했고 5월 30일 A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한국 수사 당국에 공식 체포됐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소탕 작전  

“OO은행 OOO 상담원입니다. 대출신청 하신 거 맞으시죠?”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시중은행 상담원이라며 바쁘게 통화를 하고 있다. 이는 국정원이 중국 현지 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보이스피싱 콜센터 현장 영상이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이 2019년 기준 총 6720억원에 달하며 지난 5년간 무려 2.7배 증가했다. 최근에는 한국 청년들이 고수익 알바라는 범죄조직의 속임수에 넘어가 부지불식간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국정원 정보망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짜 금융앱을 이용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정보 분석결과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킹 앱을 이용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각종 정보를 탈취하고 전화발신까지 통제했다. 국정원은 이 조직이 중국 톈진(天津)을 거점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 해커가 만든 ‘스파이 앱(휴대전화 장악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었다.

조직원들의 상세 신원사항을 알지 못했던 국정원은 공전을 거듭하다 중국 내 정보망을 동원해 10여명에 이르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신원을 파악하게 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중국 내에서 피해가 없고 범죄사실 규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협조를 해주지 않았고, 이에 국정원은 국내 수사당국과 공조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는 등 제3국으로의 도주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후 일부 조직원들이 코로나19를 피해 국내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이를 국내 수사당국에 전달했다. 이중 일부는 최근 지리산 자락 등에 숨어 있다 체포됐다. 아울러 중국 현지 정보망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중국 당국을 설득해 한국인 총책을 포함한 조직원들을 중국에서 붙잡았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0여명의 휴대전화를 장악해 주변 지인과 가족 정보 등을 입수하고, 부모나 대부 업체 직원인 척하며 전화를 걸어 약 2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정원]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정원]

이지영·문병주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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