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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2000만 가구에 보급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에너지 공급의 중심축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꾼다. 전국 2000만 세대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수소 충전소도 늘린다. 탄소 중립 정책을 지원할 가칭 ‘기후대응기금’을 새로 만든다.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합동 기구인 가칭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설치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모습.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탄소 중립 채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이제 온실가스 감축 중심에서 신(新)경제ㆍ사회 구조 구축이란 능동적 대응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에너지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발전ㆍ산업ㆍ건물ㆍ수송 등 분야별로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간다.

수송 산업을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중심으로 전환한다. 우선 전국 2000만 가구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공공 부지와 기존 주유소를 활용해 도심ㆍ거점별로 수소 충전소도 설치한다. 수소 충전소 수를 현재 LPG 충전소(전국 2000여 개)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대중교통도 무인자율주행 셔틀 같은 친환경 교통 수단으로 바꿀 계획이다. 수소ㆍ암모니아 같은 무(無)탄소 연료를 쓰는 친환경 선박의 개발ㆍ보급도 지원한다.

국내 발전소를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꾼다. 기존 석탄ㆍ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집ㆍ활용ㆍ저장(CCUS)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이 줄도록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력 공급 체계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한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쑥날쑥하는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시스템(ESS)과 수소 등 보조 전원을 같이 활용하도록 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너지 IT를 3대 에너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그린 수소 비중을 2050년까지 8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그레이 수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깨끗한(그린) 수소로 80%를 충당하겠다는 의미다. 이밖에 정부는 이차전지, 저전력 반도체, 바이오, 그린수소, 그린서비스, CCUS 등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산업 현장에서도 저(低)탄소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탄소 배출을 줄인 스마트 공장,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등도 늘린다. 중소기업이 저탄소 공정ㆍ설비를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형으로 보조한다

또 새로 건축물을 지을 때 에너지 소비가 적고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갖춘 ‘제로 에너지 건축’ 기준을 따르도록 한다.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탄소중립도시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런 산업 구조 재편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도 지원한다. ‘산업별 전환 지원 방안’을 통해서다.

정부는 관련 세제,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을 개편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이 많을수록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더 내도록 구조를 바꾼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기요금 개편도 예고됐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통해 전력 소비를 더욱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추가로 얻은 재정 수입을 바탕으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이 신설된다. 기금 재원은 탄소 중립 투자, 에너지 전환에 따른 피해 업종 지원 등에 쓰인다. 기존 기후ㆍ에너지 관련 기금은 신설 기후대응기금으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관련 조직도 새로 생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조직인 가칭 2050 탄소중립위원회다. 탄소 중립과 관련한 국가 전략과 정책ㆍ계획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관이다. 위원회 산하에 실무를 맡을 사무처도 신설된다.

이날 나온 전략은 구체적 실행 방안은 아니다. 앞으로 이 방향으로 탄소 중립 세부 방안을 수립해나가겠다는 로드맵 정도다. 개략적 목표만 있고 얼마를 투자해 어떻게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해 나갈지에 대해선 자세하게 정해놓지 못했다.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수립은 내년 상반기, 핵심 정책 추진 전략 마련은 내년 하반기 이후, 국가 계획 반영은 2022~2023년으로 미뤄뒀다. 탄소 중립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 임기(2022년 5월)까지 계획만 세우다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조 산업 비중이 지난해 기준 28.4%로 유럽(16.4%), 미국(11%)에 비해 높다. 석탄 발전 비중도 40.4%(2019년)에 이른다. 전기차 보급률도 미국ㆍ유럽 선진국보다 낮다. 이런 한국 경제를 ‘탄소 제로(0)’로 재조립하는 건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큰 변화다.

이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해나갈지도 여전히 공란이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에 탄소 중립 관련 예산 3000억원이 증액됐지만, 전체 산업 구조를 보면 미미한 액수다.

결국 국민과 기업이 낼 세금이나 부담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말을 흐렸다.

홍 부총리는 “탄소세는 기후 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소득 분배, 물가, 산업 경쟁력 등 여러 가지 미치는 영향이 다각적이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방침을 결정하겠다”며 “큰 틀에서 이 세제와 부담금 체계 전반을 검토하겠다는 방향을 말한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탄소세의 도입 여부라든가 경유세의 인상 여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2016년 파리협정과 2019년 유엔(UN) 기후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121개 국가가 ‘2050 탄소 중립’ 협약을 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의 합의다. 협약에 서명한 국가는 올해 말까지 탄소 중립을 어떻게 실천해나갈지에 대한 방안을 수립해 공표해야 한다. 정부가 이날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017년 대비 24.4% 감축을 한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정했다”며 “2025년 이전에 2030년 목표 상향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명시해 UN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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