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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이낙연 측근 혐의, 강남 '신 회장' 쪽에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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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와 관련해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 3인방 중 핵심으로 꼽히는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와 관련해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 3인방 중 핵심으로 꼽히는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건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한 ‘신 회장’을 소환하면서부터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지난 4일 신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신씨는 최근 구속기소 된 다른 로비스트 김모씨, 달아난 기모씨와 함께 투자처를 찾아주겠다는 명목으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김재현 대표가 옵티머스 투자금으로 돈을 굴릴 수 있는 부동산 업체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데, 현금으로 소개료(커미션)를 받았다.

옵티머스 투자금과 투자처 연결시켜 준 로비스트 쪽에서 이낙연 측근 혐의 나와 

옵티머스의 공식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주변이지만, 이들은 강남역 주변 빌딩에 따로 사무실을 만들어 근거지로 사용했다. 호화 인테리어로 사무실을 장식했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녀 주변에서도 ‘신 회장’으로 불렀다. 전남 장성 출신인 신씨는 지역 출신들에 옵티머스 투자를 직접 권유하기도 했는데, 피해자들은 “수사 5개월이 지나도록 검찰에서 왜 신씨는 소환 안 하느냐”고 따졌다.

검찰은 결국 11월 초 신씨를 비롯해 또 다른 로비스트를 소환했고, 영장까지 청구해 2명을 구속했다. 다른 1명은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는데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이들에게 충남 금산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와 레저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호남 인맥을 활용해 정·관계 인사에 접근한 과정도 수사 대상이었다. 지인들은 “경찰 인사가 발표될 때 호남 출신인 고위층과 친하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이모 부실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숨진 채 경찰에 발견된 장소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이 부실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이모 부실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숨진 채 경찰에 발견된 장소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이 부실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뉴스1]

그러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 측근 이모(54)씨에 대한 로비 정황도 수사 중에 나왔는데 당시 이들의 진술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앞으로 정치적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나왔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의 복합기와 1000만원 상당 가구, 여의도 사무실 보증금 지원까지 구체적 진술이 제법 나왔다. 옵티머스 관계자들도 “이씨가 이낙연 대표의 오른팔로 불렸다”고 전했다.

이같은 의혹이 일부 외부로 유출되자 서울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말 이씨도 고발됐다. 다만 이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옵티머스 관계자들도 의아스러운 점이 많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2시간, 지난 2일 8시간 이뤄진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여러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옵티머스 관계자 진술도 이씨가 부인하면, 결정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상당 기간 시간을 끌 수 있었다.

1~4차장 핵심 간부, 지검장에 “용퇴” 건의한 상황, 옵티머스 수사에도 영향 가능성 

이 때문에 “대선을 준비하던 이낙연 대표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 아니겠느냐”는 소리도 나온다. 이씨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리당원을 확보하려고 당비 3300만원을 대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2월형을 치렀다. 당시 지역에서도 “이 대표를 대신해 처벌을 받은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왔다. 옵티머스 관계자들도 “이씨의 형편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옵티머스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라며 수사팀을 대폭 늘리라고 지시해 실제 규모도 늘었지만,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1~4차장 핵심 간부가 이성윤 지검장의 용퇴를 건의하면서 내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차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1차장 공석을 채우기 위해 간부급 인사가 이뤄지면 옵티머스 수사를 책임지는 4차장과 부장 검사도 교체될 수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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