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의약분업 문제 대화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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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약분업을 반대하며 의료계 휴.폐업을 주도했던 김재정(金在正.63) 전 의사협회 회장이 다시 의협 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2000년 1월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위원장, 같은 해 5월 의협 회장으로서 의료계 파업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4만여명의 의사들을 모아놓고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삭발하던 '투사(鬪士) 김재정'의 모습은 일반인들의 뇌리에도 남아 있다.

그런 그의 재등장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약사회 등 관련자뿐아니라 일반인들도 2000년 의료계 파업을 떠올리며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金회장은 16일 인터뷰에서 자신을 강경파로 여기는 이런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나는 온건 합리주의자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 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적대 관계가 아니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으로 이미 판명났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의약분업을 철폐하자고는 하지 않았다. 金회장은 "정부.의료계.약계.국민이 참여하는 재평가위원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또 정부가 성분명 처방(의사가 약의 상품명을 처방전에 쓰는 게 아니라 성분명을 쓰면 약사가 약을 선택.조제하는 것)와 대체조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성분명 처방을 확대하거나 의사들을 부정청구를 일삼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면 의쟁투를 재건해 (대 정부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金회장은 고려대 의대 출신으로 대한정형외과학회 감사.서울시 의사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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