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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다더니 점수가 왜 이래?” 국어 등급컷 4~5점 낮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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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호 10면

“현직 교사나 저희 강사들도 작년보다 쉽다고 느꼈는데…국어 등급컷이 이렇게 낮게 나오니까 당황스럽네요.”(입시 업체 관계자)

전문가·수험생 체감 난이도 차이 #‘킬러 문항’ 없어서 착시 효과 #코로나 탓 실력 저하 분석도

전문가들이 지난해보다 쉽다고 평가했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의 난이도가 예상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주요 입시 업체들은 2021학년도 수능 예상 등급컷을 공개했다.

이들은 대체로 1등급은 87~88점, 2등급은 80점을 커트라인으로 전망했다. 각각 91, 85점이었던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 1, 2등급컷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등급별 커트라인이 낮으면 더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한다.

수능 당일 전문가 분석은 달랐다. 지난 3일 오전 국어 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은 난이도가 지난해보다 쉽다고 입을 모았다. 윤상형 서울 영동고 교사는 “지난 수능과 6·9월 모의고사와 비교했을 때 약간 쉽게 느껴진다”며 평이한 난이도라고 평가했다. 입시 업체 분석도 마찬가지다. 8개 주요 입시 업체 7곳이 올해 수능 국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쉽거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더 어렵다고 본 곳은 1곳에 그쳤다. 입시 업체들은 난이도가 높은 ‘킬러 문항’이 없었고, 일반적으로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는 비문학 영역도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고 봤다. 전체적으로 지문 길이도 짧다고 분석했다.

3일 오후 가채점 결과 전망과 달리 시험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분석과 체감 난이도가 달랐던 이유는 뭘까. 킬러 문항이 사라진 대신 중상위 난이도 문제가 많이 출제된 게 ‘착시’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풀이를 포기할 정도의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다”며 “현장에서는 풀 만하다고 느꼈지만, 정작 채점을 해보니 많이 틀리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에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관련 문제는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으로 수험생들의 지탄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반적인 실력 저하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수험생들은 여러 번 등교·등원 중단을 반복했다.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주요 모의고사도 학교에서 시험지만 나눠주는 걸로 대체됐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전반적인 실전 실력이 떨어졌다”면서 “이런 요소를 빼고 문제만 봤기 때문에 괴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방역으로 인한 낯선 고사장 환경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고사장 책상에는 가림막이 설치됐고,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봤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객관적으로 문제만 보면 올해 국어가 더 쉬웠던 건 맞다”며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학생들이 더 긴장하면서 실력 발휘를 못 했고, 특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1교시에 성적이 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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