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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 단위 급속충전까지…전기차 시대, 2차전지 진화 빨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고가의 부품이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고가의 부품이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핵심부품인 이차전지와 관련한 기술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칼슘이온 전지ㆍ전고체 전지(All-Solid Battery)등과 같은 차세대 이차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술이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 연구팀이 짧은 시간 안에 급속충전을 할 수 있는 고에너지ㆍ고출력 하이브리드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고용량 양극재ㆍ음극재 개발을 통해 고성능 하이브리드 리튬이온 전지를 구현한 것이다. 양극은 리튬이 들어가는 공간으로,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출력과 용량을 결정한다. 여기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ㆍ방출해 전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음극은 배터리의 수명과 관련이 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 11월10일자에 실렸으며, 연구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강 교수는 “고출력 밀도에 의한 급속충전이 가능한 최첨단 리튬이온 전지”라며 “태양전지 모듈로 수십 초 내 급속충전이 가능해서 기존에 나와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KAIST, 수십초 만에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리튬이온 전지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 연구팀이 수십초 만에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지 저장 메커니즘 모식도. [KAIST 제공]

KAIST, 수십초 만에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리튬이온 전지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강정구 교수 연구팀이 수십초 만에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지 저장 메커니즘 모식도. [KAIST 제공]

리튬이온 전지, 에너지 밀도 한계치

이차전지는 외부의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꿔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다. 여러 번 충전할 수 있어 ‘충전식 전지’라고도 부른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리튬이온 전지다.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이온 전지는 2025년쯤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1600억 달러(약 175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이온 전지는 무엇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무게나 부피는 작으면서도 고출력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구조 특성상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따라다니다. 기온이 너무 낮거나 높으면 성능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한계도 있다. 게다가 구현 가능한 에너지밀도도 300~350Wh/kg로, 한계치에 근접했다. 핵심소재인 리튬ㆍ코발트 등이 매장된 지역이 한정적이어서 가격이 상승한다는 위험도 있다.

차세대 이차전지 2030년쯤 상용화 가능할 듯

이 때문에 리튬이온을 넘어서는 차세대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칼슘이온 전지도 그중 하나다. 이온당 1개의 전자가 이동하는 리튬과 달리 칼슘은 이온당 2개의 전자가 이동할 수 있다. 리튬이온 전지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데 유리한 이유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홍승태 교수 연구팀이 칼슘이온 전지용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전극 물질에 구조적 변형이 발생한다는 한계를 극복해 높은 구조적 안정성을 가진 나시콘 구조(NASICON) 기반의 양극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탈ㆍ삽입 기반의 칼슘이온 이차전지용 양극 소재를 개발하고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다. 이 외에 아연이온, 리튬황 배터리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 추이 및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기차 배터리 가격 추이 및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에너지 밀도가 높고 대용량 구현이 가능한 전고체 전지도 주목받는다. 전고체 전지는 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이차전지다. 불연성 고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적어 기존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할 대표적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전극 내 입자 간 계면 저항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임진섭 박사 연구팀은 전고체전지의 출력성능을 높이는 소재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연구팀은 전고체 전지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체형 복합양극소재’를 개발했다. 개발한 소재는 일체형이라 입자 간 계면 저항이 낮기 때문에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또 전극 내에 고체 전해질을 따로 배치하지 않아도 돼 배터리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차세대 전지는 2025년쯤 본격적으로 개발돼 2030년에는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미래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고체 전지 350Wh/kg급 모듈을 개발하고, 2030년에는 400Wh/kg급 기술 확보해 실제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약 45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은 “리튬이온 전지가 상용화될 때처럼 차세대 전지에 대해서도 상용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동차 배터리는 2030년 정도, 다른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그 이전에도 시범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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