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입에도 1달러=1090원대로…"원화값 1040원 간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3 17:25

업데이트 2020.12.03 17:48

원화값 상승(환율 하락)이 거침이 없다. 원화값이 2년 6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을 뚫고 올라서는 등 가파르게 뛰고 있어서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구두 개입과 시장 개입에도 원화 강세를 멈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달러당 1040원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3.8원 내린 1097.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3.8원 내린 1097.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년 6개월 만의 최고치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3.8원 오른(환율은 하락) 1097원에 마감했다. 2018년 6월 14일(1083.1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엔 1096.2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원화 강세 현상은 지난 9월부터 계속됐다. 지난 9월 초 1180원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달 초 1130원대로 치솟았고, 한 달 새 40원 가까이 더 뛰어올랐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임박,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불을 지핀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힘을 보탰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영국 등 주요국의 백신 승인과 보급 기대에 따른 위험 선호 심리, 미국과 유럽의 부양책 시행으로 인한 달러 약세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며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외국 돈을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을 5조8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로나19로 망가졌던 국내 경제 체력이 회복세인 것도 한몫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2.1% 증가했다. 2009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수출액도 1년 전보다 4% 늘어 두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치솟는 원화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치솟는 원화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당분간 추세 꺾이지 않을 것" 

최근 외환 당국은 시장 안정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사실상 '약발'은 없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환율 하락 쏠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외환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는 등 시장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1월 외환보유액이 98억7000만 달러 증가해 당국이 적지 않은 개입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100원 선 지지를 위해 강도 높게 개입했다기보단 속도 조절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세계 경제 정상화 기대를 반영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음 지지선은 1080원 선"이라고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백신 기대와 중국·한국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연말에 달러당 1080원, 내년 상반기엔 104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며 "최근 시장이 악재에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당분간은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화값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 당국 개입 변수가 있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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