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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봉인 풀린 김봉현 폰 1800명···로비했단 '거물'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사용했던 스마트폰의 바탕화면. 각종 금융거래 애플리케이션이 깔려있다. 문희철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사용했던 스마트폰의 바탕화면. 각종 금융거래 애플리케이션이 깔려있다. 문희철 기자

검찰이 확보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스마트폰에서 유력 정치인의 연락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가 이른바 ‘폰타나 모임’으로 지칭한 여권 인사 명단은 존재했다. 중앙일보는 2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김 전 회장은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불가 사태를 유발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폰타나' 모임 與 인사 명단 나와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모두 1800여 명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L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K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K 더불어민주당 ○○○ 지역위원장 등의 휴대번호가 저장돼 있었다. 이들은 모두 김 전 회장이 ‘폰타나 모임’으로 칭했던 인물들이다. 폰타나 모임은 지난 2015년 9월 필리핀 클락 소재 폰타나리조트를 단체로 방문한 여권 인사들을 김 전 회장이 지칭하던 용어다. ▶폰타나 숙박비 600만원 진실은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본지가 지난달 13일 보도한 육성 녹취록에서, 김봉현 전 회장은 ‘여권 인사들이 폰타나리조트를 방문했을 때,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일종의 로비 형태로 이들의 여행비용을 지불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라’고 측근에게 지시했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도 김 전 회장은 “이강세 전 대표 측이 꾸준히 ‘관리’하던 여권 인사”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김 전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 자료에서 “일부 여권 정치인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와 같은 ‘폰타나 모임’을 제외하면 그가 로비설에서 거론했던 거물 정치인 연락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녹취록에서 억대 로비설을 거론했던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나, 5000만원 로비설을 폭로했던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름도 없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스마트폰에서 또 다른 국회의원의 이름도 찾지 못했다. 시·구의회 의원 이름은 간혹 포함돼 있었다.

‘봉인’ 풀린 김봉현 스마트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스마트폰에 등장한 정치인과 사법당국 관계자 이름. 문희철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스마트폰에 등장한 정치인과 사법당국 관계자 이름. 문희철 기자

검찰이나 경찰과 관련해선 4명의 이름이 저장돼 있었다. 검찰에 근무하는 K 조사관과 또 다른 K 조사관, 경찰청에 근무하는 B 씨와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L 경위의 휴대폰 번호가 나왔다. 현직은 아니지만, 경찰청 고위 간부를 거쳐 개업한 전관 K 변호사 연락처도 나왔다. K 변호사는 김봉현 전 회장이 변호인으로 선임했던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서 K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김 전 회장의 스마트폰에는 현직 검사나 현직 고위 경찰 간부 등 사법당국에서 근무하는 고위 관계자 연락처는 없었다. 녹취록에서 그가 거론했던 로비의 대상이었던 K 전 법무부 차관과 M 전 검찰총장, Y 지검장 등 전직 고위급 관계자 명단도 나오지 않았다.

주소록에 1800여 명…검사 이름은 안 나와

김 전 회장의 스마트폰에는 김모 전 MBC 사장과도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옥중 서신에서 이름을 가린 채 ‘김○○ ○○○ ○○·이강세 전 광주MBC 사장 관련 인사 청탁성으로 수차례 현금 지급’이라고 적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훈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폭로 문건의 공란은 김장겸 전 MBC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확보한 스마트폰 이외에도 김 전 회장은 또 다른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화기에는 ‘내폰’이나 ‘내꼬야’로 저장된 별개의 전화번호가 존재했다. 또 검찰이 확보한 스마트폰은 지난 1월 한 차례 초기화 과정을 거쳤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기 전이나 전화번호를 동기화한 별개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방정현 변호사는 “김봉현 전 회장이 제기한 로비설의 관게자들이 일제히 ‘김봉현과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로비설에 등장한 인물들의 연락처도 스마트폰에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로비설은 궁지에 몰린 범죄자가 전세 역전을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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