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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충전으로 500㎞…정의선 ‘전기차 100만대 꿈’ 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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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향해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현대차는 2일 유튜브를 통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선보였다. 4년간의 개발 끝에 최신 기술을 접목한 E-GMP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 상용차에도 적용할 수 있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기차 3위’ 도전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4년간 개발한 플랫폼 E-GMP 공개 #모듈화로 총 부품 수 60% 줄여 #세단·SUV·상용차에도 적용 가능 #내년 나올 아이오닉5에 첫 탑재

현대차 전기차용 플랫폼 E-GMP

현대차 전기차용 플랫폼 E-GMP

E-GMP는 기존 내연 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설계됐다. 고영은 현대차그룹 차량아키텍처인테그레이션실 상무는 “엔진이 사라진 공간에 구동 모터를 낮게 배치하고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낮게 깔았다”며 “전후 중량 배분과 저(低)중심 설계를 통해 한 단계 높은 선회 기능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모터·감속기·인버터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을 한데 묶어 공간 활용성을 더 높였다.

이런 기술 진전 덕에 E-GMP를 장착한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충전 시간도 “이론적으로 2배” 빨라졌다. 기존 400V가 아닌 800V 초고속 시스템을 통해 18분 충전으로 80%까지 채울 수 있으며, 5분 충전으로 100㎞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현대차는 별도의 장치 없이 기존 400V 충전기를 승압해 충전할 수 있는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또 E-GMP는 모듈화와 표준화를 통해 제조 공정을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환 현대차 전동화개발실 상무는 “모듈화를 통해 배터리부품 수를 40% 줄이고, 총 부품 수를 60% 절감했다”고 말했다.

차량 외부로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도 돋보인다. ‘차박(차를 이용한 캠핑)’을 할 때 차의 에너지를 가전제품으로 끌어쓸 수 있는 등 소비자에게 보다 진보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아이오닉5에 E-GMP를 처음으로 적용한다. 조만간 무선충전기술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환 상무는 “무선 충전 기술이 개발은 돼 있다”며 “시점이 유동적이지만 장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1·2위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이미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했다. 현대차의 E-GMP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날 발표에서 나온 기술 리더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품 수를 60% 줄이고,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스바겐처럼 양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제 많이 팔 수 있는 구조는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현대차의 강점인 기계적 요소는 아주 훌륭하다”며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다음 단계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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