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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소환한 15년전 文 “총장 임기제는 정치압력의 방파제”

중앙일보

입력

“검찰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검찰총장 임기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0월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김종빈 검찰총장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히면서 “총장이 보장된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검찰권 독립을 위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김 총장이 반발하며 사표를 낸 것에 대한 질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검찰총장 거취 등과 관련해 여권 인사의 과거 발언으로 현 상황을 반박해 온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검찰총장 임기보장’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을 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검찰총장 임기제를 확립하는데 많은 역사적 시간이 소요됐다.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임기를 보장하려고 노력했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검찰총장의 임기가 보장됨으로써 검찰총장이 일종의 방파제가 돼 정치권이든 여론이든 검찰 내부의 압력이든 극복하면서 정치적 중립·독립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출간했던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중요한 제도가 검찰총장 임기제로, 임기를 지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오는 4일 열리는 법무부 징계위에서 윤 총장의 징계 여부 최종 결정되는데, 해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청와대에선 법률에 따라 문 대통령은 징계 결과를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기류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3일 뒤(10월 25일) 국회 법사위 종합 국감에서 “제가 대통령의 성품을 비교적 아는 편인데, 절대로 정식 보고라인을 생략한 채 비선을 통해 어떤 메시지나 의사를 전달하실 성품이 아니다”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만큼 정치권에선 윤 총장의 과거 발언도 회자되고 있다. 윤 총장은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 파견(당시 대전고검 검사) 나가면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보복 수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기자 질문에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답했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거꾸로 지금 윤 총장이 자신에 대한 감찰·수사 및 가족 수사 등으로 보복당하고 있다”란 반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검찰 지휘부와 마찰을 빚자 그해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나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두고두고 검찰 안팎에서 회자됐다. 또 “물고문을 해서라도 자백받으라고 지시할 때처럼 상부가 위법을 지시하면 따르면 안 되는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당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자꾸 무리수를 쓰면 나중에 후회할 상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라”며 “임명권자인 대통령만이 결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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