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수험생’도 결실 거둬야”…방호복 중무장하고 감독 자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능일반 고사장 내 별도시험실에 감독으로 들어가는 감독관(왼쪽)들은 푸른색 보호복에 마스크, 장갑, 덧신을 갖추고 페이스실드를 한채 입실한다. [인천시교육청]

수능일반 고사장 내 별도시험실에 감독으로 들어가는 감독관(왼쪽)들은 푸른색 보호복에 마스크, 장갑, 덧신을 갖추고 페이스실드를 한채 입실한다. [인천시교육청]

“모든 수험생이 그동안 노력한 결실을 거둬야 합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홍경아(46)씨는 올해 수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수험생이 모여 시험을 치르는 별도 시험실의 감독관을 자원했다. 홍 교사는 2일 "부담스럽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수험생들 누구나 그동안 노력한 결실을 모두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수능 당일 일반 수험생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발열 검사를 받는다. 37.5도 이상 열이 나거나 기침·인후통 등 코로나19 임상 증상이 있으면 2차로 증상을 재확인한다. 이렇게 코로나 19 증상이 있는 수험생들은 수험 장내 별도로 마련된 시험실에서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능을 보게 된다. 인천의 경우 학교마다 최대 5곳의 별도시험실을 마련했고, 거리 두기 2m를 유지하기 위해 시험실당 수험생은 4명으로 제한한다.

10차례 수능 경험한 ‘감독 베테랑’

홍경아 교사. [본인제공]

홍경아 교사. [본인제공]

홍 교사는 "수능 감독을 10번 이상했지만, 긴장 상태로 오랜 시간 집중해야 돼 꽤 피곤한 업무"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에서 22년간 가르치면서, 고3 담임일 때를 제외하고 수능 1·2 감독관이나 관리 요원 등을 맡았다고 했다. 홍 교사는 "지난해 수능 감독을 할 때 시계를 두고 온 수험생에게 내 시계를 건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학생이 많이 초조해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방호복·장갑·덧신 중무장하고 감독 

올해 수능에서 홍교사가 맡는 별도시험실 감독관은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방호복과 장갑, 덧신을 착용하고 페이스 실드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고사실에 들어가야 한다. 의심 증상자가 많아 별도시험실 5곳이 모두 채워질 경우 쉬는 시간마다 보호장구를 벗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홍교사는 이런 어려움을 알고도 별도시험실 감독관에 자원한 이유를 "건강 등의 이유로 감독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어서 여러 번 수능을 경험한 내가 나서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가 있지만 홍 교사의 걱정은 학생들뿐이다. 홍 교사는 "수능 응시만으로도 긴장되고 떨릴 텐데, 마스크를 쓴 채 감염 걱정을 하면서 시험을 치를 아이들을 생각하면 대견하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수험생을 응원했다. “수능 당일 편안한 마음으로 지난 3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감독관으로서 여러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집중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