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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거지' 뺨친 '아파트 빵'...與지지자도 기막혀 "탈당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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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밝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밝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보기 싫어서 탈당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지난달 30일 올라온 글 제목이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해 야권에서 “마리 ‘빵’투아네트 같은 소리”(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라는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지지자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값에 말값 더한 국토부

1일 여권 성향 온라인 게시판에는 “민주당 지지자도 집 문제는 분위기가 안 좋다”, “전·월세 폭등으로 중도층 마음이 돌아서고 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김 장관이 전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과 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5년 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다”며“아파트가 빵이라면”하고 말한 걸 질책하는 내용이다.

야권에서는 ‘빵 공세’가 벌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의 집 삽화를 올리고 이렇게 썼다. “김현미 장관님이 마련해주신 집이야.” 여기에는 “그레텔, 대출 안 나와서 우린 못 들어가”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빵에 빗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김 장관 말은) 아파트는 빵과 달리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정부정책이 체계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윤 의원은 “각자 좋아하는 빵이 다른데 신도시에 빵집 많이 지으니 안심하라고 우기지 말라. 어떤 빵 맛을 좋아해야 하는지 정부가 국민을 가르칠 문제는 아니다”라며 “가장 미욱한 것은 빵이 귀하니 갖고 있는 빵도 다 내놓으라고 빵세금을 높게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 등 국토부의 부동산 설화(舌禍)는 이미 여러번 있었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결위에서 “수도권에도 5억 이하 아파트가 있다. 우리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해 해당 아파트 주민회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모르느냐”는 성명서까지 냈다. 열흘 뒤(20일)에는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이 임대차 3법 통과로 촉발된 전세난을 두고 “우리 경제가 한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해 "집 쫓겨날 판인데 한가롭게 성장통 운운이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정 곳곳 실언 릴레이

국토부뿐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전반이 최근 말로 민심을 할퀴었다. 국회 국토위원장이자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지난달 20일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고 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세난 해법으로 제시한 ‘호텔 전·월세’는 아예 ‘호텔 거지’라는 신조어로 되돌아왔다.

여권의 부동산 말말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권의 부동산 말말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의힘은 서울·부산시장을 새로 뽑는 4·7 재보궐 국면에서 부동산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현미 장관은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서야 이런 말을 하는가”라며 “아무렇게나 뒤집고 여기저기 찔러 보는 아마추어식 정책으로는 결코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부동산 민심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민주당을 탈당한다는 한 당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왜 다주택 처분 안 하고 사의를 표명했는지 알 것 같다. 정부 내에서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집값 잡기는 글러 먹은 게 보였던 것”이라고 당원게시판에 썼다. 이날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9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저도 거기(강남)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한 말이 또 회자됐다.

심새롬·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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