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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대진 형 수사했던 경찰도 로펌행…'경찰 전관' 상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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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청 간부가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다. 30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시 출신의 장우성(48)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총경)이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한다. 태평양은 국내 4대 로펌(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중  한 곳이다. 내년 1월 1일 검경수사권 조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형 로펌들이 막바지까지 경찰 전관 영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장우성 총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장우성 총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연수원 34기 출신인 장 과장은 지난 2005년 7월 고시 특채(경정)로 경찰에 입문했다. 지난해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옮긴 곽정기(연수원 33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의 사법연수원, 경찰 고시 특채 1년 후배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에 확정된 것으로 안다. 내부에서는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과장은 경찰에서 주로 수사 파트에 몸담았다. 2014년 총경으로 승진, 이후 경북지방청 형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본청 사이버수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8월 서울 성북경찰서장에 취임해 2019년 7월 본청으로 복귀한 뒤로는 생활질서과장, 외사수사과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 관련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2012년 경찰 수사 당시 책임자(서울지방청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계장)였던 장 과장은 “피의자의 친동생이 부장검사다 보니까 이렇게 영장이 기각된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용산세무서장 동생이 윤 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다만, 장 과장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건은 이번에 로펌으로 옮기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곽정기 김앤장 변호사가 지난해 6월 25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당시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의 수사 결과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곽정기 김앤장 변호사가 지난해 6월 25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당시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의 수사 결과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 과장을 비롯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 출신 경찰 간부 영입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활발해졌다. 특히 로펌마다 경찰대응팀을 이끌 수 있는 총경급 중견 간부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형사 사건에서는 검찰 전관들 위주로 변호사진이 구성됐다. 일부 빼고는 경찰팀이 제대로 갖춰진 데가 거의 없었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되고,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로펌도 수사 대응팀 진용을 자연스럽게 재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율촌의 경우 지난해 영입한 최인석(연수원 35기) 전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과장이 경찰수사대응팀 팀장을 맡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도 지난해 강형래(연수원 36기) 전 서초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을 영입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곽정기 전 서울청 지수대장에 이어 올해 1월 백승호(연수원 23기) 전 경찰대학장(치안정감)도 영입했다. 김앤장은 일찌감치 경찰 출신 변호사를 다수 영입해 경찰 전관 규모가 국내 최대라고 한다.

다만 경찰 전관 영입이 이어지더라도 검찰 ‘전관 예우’ 만큼은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시·경찰대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 전관은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고 더 멀리한다. 역효과가 있는 경우도 많더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 중엔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라며 “경찰은 변호사가 될 수도 없는데 전관예우가 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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