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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상 처형' 김정은 또 "경제기관 형식주의 심각" 질책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경제 운영 실태에 대해 관련 기관들을 질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30일 전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29일 평양 노동당 본청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받아 적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여정 제1부부장이 29일 평양 노동당 본청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받아 적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정치국 회의는 당의 정책과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 협의기구인데, 회의 참석대상인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외에 회의 안건과 관련한 해당 업무 책임자들을 참석시킬 경우 확대 회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북한이 정치국 회의를 개최한 건 지난 15일 이후 2주일 만이다.

내년 당대회 앞두고 경제 관련 분야 질책 #당 영도·선전 조직 및 사상 부서 개편 시사 #김여정 당내 위상 강화 차원 가능성 제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 1월 예정된 8차 당 대회 준비상황 점검과 경제 사업, 당 조직 개편 등이 논의했다. 통신은 특히 “경제지도 기관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주객관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과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관주의와 형식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태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의 경제정책집행을 위한 작전과 지휘에서 과학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무한한 헌신성과 책임성을 발휘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80일 전투’식의 대규모 노력동원에 나섰지만 마땅한 성과가 없자 경제 담당자들을 질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27일 김 위원장이 최근 물가 상승과 산업가동률 저하 등 경제난 속에서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2주 전 열린 정치국 회의(7기 20차)에서 평양의대 등에서 발생한 비사회주의 현상(문란행위)에 대해 질책을 했다“며 ”이번에는 경제과업 집행 과정에서 형식주의와 주관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 성과가 미흡한 부분을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당 조직 개편도 안건에 올랐다. 통신은 ”당 사상사업부문을 강화하고 대상기관들에 당의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며 정책적 지도와 당적 지도를 심화시키기 위하여 당중앙위원회의 해당 부서기구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조직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 않아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당적 지도나 사상사업 관련 업무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영역인 만큼 이들 부서의 업무 조정 또는 개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소속돼 있었던 곳이다. 지난 회의와 마찬가지로 김 부부장은 이날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번 개편이 김여정의 위상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거쳐 현재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으면서 대남·대미 관계도 총괄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는 북한 노동당 내 양대 축인 데, 이번 조직개편에서 김여정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 업무를 맡도록 해 그의 역할을 한층 강화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김여정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국정운영의 전반에 걸쳐 관여하고 있다“며 ”노동당 내 직책도 위상에 걸맞게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년 당 대회 때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정치국 위원은 통상 당 부위원장이거나 최소 당 부장이 선임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인사가 이뤄진다면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당 대회 이전에 부장급 직책을 맡을 것이고, 당 대회를 앞두고 열린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관련 조직개편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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