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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금융지원 250조 넘었다…쌓이는 ‘코로나 빚’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개인채무자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가 25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부진이 길어질 경우 이런 부채가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금융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 250조9000억원에 달한다.

음식점·소매업 등 소상공인에 대출 지원 

이 중 신규 대출과 만기연장 규모는 총 198조3000억원이다. 신규 대출이 88조1000억원, 만기 연장이 110조2000억원이다. 나머지 52조7000억원은 보증 지원이다. 정책금융기관에서 신규 보증 19조7000억원, 보증 만기 연장 33조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점업(43만건), 소매업(38만건), 도매업(29만건) 순으로 많았고, 여행·레저업과 숙박업에도 각각 8만건, 3만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유동자금을 빌려주는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3000만원 한도로 연 1.5%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1차 대출 프로그램의 집행액은 총 14조7000억원이다. 정부 목표치인 16조4000억원의 90%가 집행됐다.

5월 시작된 소상공인 2차 대출 프로그램은 총 2조8000억원이 나갔다. 시행 초기 1000만원이었던 대출 한도는 지난 9월 2000만원으로 올랐고, 1차 대출과 중복 수혜가 가능하도록 문호가 넓어졌다. 개편 전 74억원이었던 하루 평균 대출액은 개편 후 549억원으로 뛰었다. 주요 시중 은행들이 적용 최저금리를 2%대 중반으로 낮춘 것도 대출이 늘어난 이유다.

지난 5월 18일 경기 고양시 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에서 시민들이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18일 경기 고양시 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에서 시민들이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뉴스1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 지원도 확대됐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우대 대출을 시행하도록 해 지난 3월 16일부터 지금까지 22조6000억원의 대출이 나갔다. 목표 금액 21조2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수출기업에 대한 우대 보증 규모는 6조7000억원에 이른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권의 협조를 얻어 개인 채무자에 대해 가계대출의 원금 상환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감소한 개인은 원금 상환을 내년 6월 이후로 미뤄달라고 금융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단 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한다. 애초 올해까지였던 지원 기간을 6개월 연장한 것으로, 지난 4월부터 약 7개월간 9925건(753억원)의 원금 상환 유예가 이뤄졌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 상환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4월 이후 부실화 가능성 

정부가 이 같은 지원책을 쏟아낸 것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유동자금을 공급해 급한 불은 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지원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진다. 특히 대출 만기를 한시적으로 연장해준 소상공인·개인채무자의 부채가 유예기간이 끝나면 자칫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향후 코로나19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최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부 내용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 전 대출 축소 방안이나 유예 종료 시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시중은행도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거 쌓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쌓은 충당금은 1조62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62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충당금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놓는 비용으로, 충당금이 늘면 그만큼 대출채권 부실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은 내년 한계 차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쌓은 것”이라며 “낮은 연체율은 정부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생긴 착시 현상일 뿐, 대출 부실에 따른 손실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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