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비대증 증상 줄이려면…

중앙일보

입력

10여년 전부터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해온 K(62)씨는 겨울이 두렵다. 다른 계절에 비해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

지난주엔 갑자기 요도가 막혀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게 됐고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이렇게 겨울이 되면 병원을 찾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 수가 여름의 세배쯤 늘어난다.

겨울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은 추위로 인해 골반근육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우면 우리 몸은 체열을 보존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수축하는데 이때 전립선 비대증으로 좁아진 요도가 더 좁아진다.

또 겨울에 자주 복용하는 일부 감기약(콧물이 나오지 않게 하는 항히스타민제.기관지 확장제 등) 성분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전립선 환자의 배뇨장애를 악화시킨다.

일부 혈압약도 요도를 좁게 만든다.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비뇨기과 최낙규 교수는 "겨울엔 땀을 덜 흘리고 소변량이 많아지는 것도 증상 악화의 원인"이라며 "소변량은 늘어나는데 방광이 이를 처리하지 못해 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 단순 노화가 아니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톨만한 장기(臟器)다. 전립선 비대는 생명과는 무관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방광 수축력이 상실돼 정상적인 배뇨가 불가능해진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홍성준 교수는 "국내에는 2백만명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을 갖고 있으며 이중 40만명선이 치료 대상자"라며 "하지만 실제 치료받는 환자는 4만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백인이 동양인보다 더 잘 걸리며 채식보다는 육식.우유 섭취가 많은 사람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3대 증상은 빈뇨(頻尿).야뇨(夜尿).잔뇨감(殘尿感). 그러나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으면 소변이 바로 나오지 않고 오줌 줄기가 가늘고 약해진다.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소변이 자주 마려워 한밤중에도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이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 요의는 참지 말아야

전립선 환자는 겨울에 가능한 한 따뜻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 외출시 갑자기 찬 바람을 쐬지 말고 준비운동을 하는 등 몸이 추위에 서서히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약물, 특히 감기약 복용시에는 부작용을 확인하고 잠자리 들기 두 시간 전에는 간식.수분 섭취를 삼간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전립선 환자는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항상 하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요의(尿意)를 참지 말고 고(高)콜레스테롤.고단백질 식사를 삼가라"고 주문했다.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변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같이 기온이 떨어질 때는 지나친 음주나 이뇨제 복용은 삼가는 것이 상책. 과도한 방광 팽창으로 인한 급성 요폐(尿閉,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진 육류 위주의 서구식보다는 야채.콩.녹차 등을 즐겨 먹고 스트레스를 되도록 덜 받도록 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김청수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는 겨울철에 하루 한두번 섭씨 40도 정도의 따끈한 물에 10분씩 좌욕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수술보다 약물 선호

초기 환자의 경우 시간을 충분히 갖고 경과를 지켜보는 '대기 요법'이 활용된다. 병.의원에서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 가장 많이 권장하는 치료법은 약이다.

과거에는 수술부터 했지만 최근엔 환자 10명 중 7명은 약으로 치료한다. 수술은 약효가 신통치 않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심한 경우에 한해 실시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