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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움직임에도 서울·부산 조용한 與…친문과 문파 움직임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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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왼쪽)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스1

나경원(왼쪽)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스1

야권은 떠들썩한데 여권이 고요하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내년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7일까지 한 명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박민식·이언주·이진복 전 의원이 부산시장에, 이혜훈·김선동 전 의원·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에는 이유를 “당내 친문 그룹과 문파(文派) 권리당원들의 좌표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한 전략통 의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주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게 왜 친문과 문파 때문일까.

눈치싸움 최고조 서울

해석의 출발점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뜸들이기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혀 온 우상호 의원은 "박 장관이 나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기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출마선언을 미루고 있다. 다크 호스로 평가되는 박주민 의원도 두 사람보다 먼저 나서긴 어색한 상황이다.

박 장관은 27일 KBS 라디오에 나와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진지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 자꾸 저를 (중기부에서) 내쫓으려 하느냐"(지난 3일)는 입장에선 한 걸음 나아갔지만 출마로 기울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표현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21세기는 3F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빨라야 하고(Fast), 공정해야 하고(Fair), 괴테가 말한 여성다움(Female)이 이끌어 가는 시대가 21세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지만 "아직 출마로 마음을 굳힌 상태는 아니다"는 게 박 장관과 가까운 여권 인사들의 말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장관이 당내 친문 그룹이 보다 적극적 지지의사를 드러내 문파가 다수인 권리당원들 사이에 확실한 분위기가 형성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진 의원실의 보좌관은 "41명의 서울 지역구 의원 중 확실한 친문은 황희(양천갑)·강병원(은평을) 의원 정도"라며 "비문 그룹 사이에서 우상호 의원에 대한 선호가 높아 문파 권리당원의 동향은 박 장관에겐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본선은 물론 경선 돌파를 위해서도 친문 진영의 적극 지원은 박 장관에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란 해석이다.   

2017년 대선 직전까지 당내 비문(非文)으로 활동했던 박 장관은 지난해 초 “민주당은 모두 친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은 뒤 중기부의 수장으로 발탁됐다.1년 반이 지난 지금 “강성 반문 이미지는 벗었지만, 아직 친문 적자는 아니지 않나”(여권 인사)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박영선은 지는 선거에는 나오지 않는다. 당내 지지세와 본선 승리 가능성 등을 마지막까지 살피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12.9 이후 바라보는 부산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선 친문의 동향이 서울에서 보다 더 결정적 변수다. 중량감에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확장성과 신선도에선 김해영 전 의원이 주목받지만 둘 다 비문(非文) 출신이라 친문그룹과 문파들의 전략적 선택 없이 움직이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활성화한 것 외에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고, 김 전 의원도 언론 인터뷰 등 공개활동을 자제하며 장고에 들어간 분위기다.  김 사무총장과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본선도 악전고투할 게 뻔한데, 친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경선에 뛰어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뉴스1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뉴스1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두 사람 외에도 지난 4·15 총선 때 부산 북강서을에서 낙선한 최지은 민주당 국제대변인, 박인영 부산시의원,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최지은·박인영 두 사람은 ‘친문 여성 후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김 사무총장과 김 전 의원에 비하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진다. 변 권한대행은 오거돈 전 시장 유고 사태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치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긴 어려운 카드라는 의견이 많다.

부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여권 핵심 인사는 "박 시의원 등은 잠재력 있는 카드지만 김 사무총장 등이 먼저 판을 깔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깃발을 들기엔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는 정책 실적 성과에 집중한다는 게 지도부 방침”이라면서 “물밑 검토야 이어지겠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그때까지 전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파의 선택은

지난 8·29 전당대회 때 영향력을 확인한 친문 권리당원들은 아직 4월 재보선에 대해선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한 분위기다. 이들은 전당대회 때 ‘1·1·8 운동’을 벌여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신동근 최고위원을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박주민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최지은 민주당 국제대변인.   임현동 기자

최지은 민주당 국제대변인. 임현동 기자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해 ‘조국수호’ 촛불 집회를 주도한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관련 사이트에는 박주민 의원을 지지하는 글들이 간혹 보이지만, 진문·극문 등으로 불리는 다른 계열들에선 “나경원에게 이길 건 박영선 뿐”이라는 등의 글도 올라온다.

그러나 각종 친문 성향의 사이트와 당원 게시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끝장 대치를 벌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거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재보선과 관련해선 아직 권리당원들 사이에서 대세가 누구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친문 중진 의원은 “공수처 출범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관심이 재보선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새롬·김효성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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