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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주인 현대重·유진 압축? GS건설 “아직 포기 안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베트남 박람회에 참가한 두산인프라코어. 사진 두산인프라

지난해 베트남 박람회에 참가한 두산인프라코어. 사진 두산인프라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새 주인 되기’ 각축전의 승부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24일 본입찰에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만 참여하면서 공식적으론 Big2로 압축됐지만, 이날 입찰에 응하지 않은 GS건설이 “아직 포기한 건 아니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25일 두산은 전날 본입찰에 응한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의 입찰 의향 관련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면서도 GS건설이 뒤늦게라도 입찰 신청을 낸다면 언제든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열어뒀다.

실제 두산인프라 매각은 정부의 공매나 조달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두산이 정한 본입찰 날짜(24일)는 구속력이 없다는 게 인수합병(M&A) 업계의 지배적인 평이다. 두산 관계자도 “더 비싼 값에 사서 더 좋은 회사로 키워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원칙만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GS건설은 조심스럽다. 두산인프라 매입을 위한 자체 타당성 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두산인프라는 현재 중국법인(DICC) 투자계약 문제와 관련해 하나금융투자 등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일단 소송전 전망은 어둡다. 2심 판결(두산 패소)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700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GS건설이 망설이는 이유다. GS건설 관계자는 “소송 문제를 포함해 각종 사업성을 검토해야 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두산이 제시한 날짜에 입찰서를 내지 않은 것뿐”이라며 “인수 포기를 한 적은 없고 아직 검토 중이다. 두산 입장에서 좋은 조건만 제시한다면, 우선협상대상자는 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GS건설의 서울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현장. 사진 GS건설

GS건설의 서울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현장. 사진 GS건설

두산 측은 두산인프라를 포함한 계열사 및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현재 3조6000억원의 부채를 갚는다는 계획이다. 정확한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갖고 있는 두산인프라 지분 36.1%다.

한국산업은행도 채권단의 한 축이다. 그래서 앞으로 국내 건설기계 시장의 경쟁 구도를 정부 시각에서 조율하면서 두산 측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설도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 인수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의 계획대로 된다면 두산에 돈을 빌려준 곳도 산업은행, 갚을 돈을 내는 곳도 산업은행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KDB인베스트가 현대중공업과 손을 잡은 것도 정부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은행 차원에서 관여할 이유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만약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를 인수하게 되더라도 '독과점 논란'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참고로 2018년 기준 국내 굴착기 시장 점유율은 두산인프라가 44%, 현대건설기계는 33%다.

현대건설기계의 수륙양용 굴착기.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의 수륙양용 굴착기.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33.1%를 갖고 있는 계열사다. 인수 결정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우려 등을 이유로 한 기업결합심사 대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고 공정위가 판단하면 현대중공업의 기업 인수 자체를 막을 수도 있다.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인수에 공정위가 제동을 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정작 두산은 두산인프라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두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채권단과의 자구안 이행 약속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입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분위기라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자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7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6억원)에 보다 14% 올랐다. 시장에선 두산인프라의 매각 가격을 1조원 안팎으로 예상한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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