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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경찰, 민주화 시위대 15명 '왕실모독죄' 소환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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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모독죄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은 패릿 치와락. AP통신=연합뉴스

왕실모독죄 혐의로 소환 통보를 받은 패릿 치와락. AP통신=연합뉴스

태국에서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태국 경찰이 시위대 15명을 ‘왕실모독죄’로 소환 조사해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지난 9~10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총 15명을 왕실모독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태국에서는 왕이나 왕비, 왕실 후계자 및 섭정에 대해 비방·모욕·위협을 하는 경우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집회 현장에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라마 10세)의 행실에 대해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집회 주도자 중 1명인 ‘펭귄’ 패릿 치와락은 이날 트위터에 경찰로부터 소환된 사실을 밝히며 “이 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두렵지 않다”고 적었다.

태국에서 일반 시민들에 왕실모독죄가 적용된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19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모든 법과 모든 규정’을 써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16일 방콕 시내에서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방콕 시내에서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인권단체는 태국 정부가 법 규정을 이용해 시위대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루니 정의재단의 아말 클루니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공인이나 정부 제도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거나 구속돼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국제인권연맹(FIDH)은 “왕실모독죄를 민주화 시위 주도자와 참가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데 써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태국 정부 대변인은 “정부는 시민 대다수를 불쾌하게 만든 경솔한 표현들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왔다"며 "정부는 허가된 권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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