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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돌파엔 103년 걸린 다우, 3만 고지는 3년만에 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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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우존스 3만 돌파, 팬데믹 상황 속 경제 회복 탄력성의 또 다른 신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4일(현지시간) 사설의 첫 대목이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포인트 고지를 정복하자 내놓은 사설이다. 뉴욕타임스(NYT)가 “뉴욕 증시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을 앞두고 작은 파티를 열어줬다”고 비교적 차분한 평가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WSJ이 사설까지 쓴 데는 이유가 있다. 다우 지수를 만든 찰스 다우(1851~1902)가 WSJ을 창간했기 때문이다. 태생부터 WSJ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셈이다.

다우 지수를 만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창간한 찰스 다우. [WSJ]

다우 지수를 만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창간한 찰스 다우. [WSJ]

찰스 다우는 코네티컷주(州) 농업인의 아들로 태어나 지역신문 기자로 일했다. 20대에 은광(銀鑛)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은행가와 자산가를 밀착 취재하며 경제 뉴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큰물을 찾아 뉴욕으로 이주한 뒤 금융과 경제산업 뉴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신문사를 만들기로 하고, 금융가(월스트리트)의 이름을 따 WSJ을 창간한다. 1889년이었다.

WSJ에 따르면 찰스 다우는 “시장의 변동성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에게 의견이 아닌 사실관계를 충실히 전달해 도움이 되는 경제 뉴스”를 모토로 삼았다. 그러다 뉴스뿐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을 수치화할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 WSJ 창간 전인 1884년부터 당시 시대의 최첨단 산업이던 철도 기업의 주가 평균치를 계산했다.

이후 이를 전 산업으로 확대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산업의 대표주자 기업 12개를 선정해 평균치를 내고 그 추이를 수치화한 것이 다우 지수다. 1896년 5월 26일 처음으로 WSJ 지면에 게재됐다. 다우 존스의 존스는 WSJ 창간 동료로 통계가 전문이었던 에드워드 존스의 성(姓)을 따왔다.

다우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포인트를 돌파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모니터. AP=연합뉴스

다우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포인트를 돌파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모니터. AP=연합뉴스

1896년 만들어진 다우 지수가 처음으로 1000점 고지에 선 것은 1972년 11월 14일이다. 76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예열을 거친 뒤 상승세에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1년만인 1987년 1월에 2000점 고지를 뚫은 뒤, 12년 뒤인 1999년 3월에 1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첫 출발선을 나선 뒤 103년 만에 1만선을 넘어선 것이다.

속도는 더 빨라졌다. 2만 포인트 고지 달성은 18년 후인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였다. 이번 3만 포인트 돌파는 2만 포인트 달성 이후 3년 만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3년 만에 3만 포인트로 도약할 수 있었던 토양은 충분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돈을 쏟아내며 시중에 유동성이 넘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을 받은 증시에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 절차가 시작되고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이 안도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 뉴스가 쏟아지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3만 포인트 달성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뉴욕 다우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돌파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상에 한 시민이 앉아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다우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3만선을 돌파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상에 한 시민이 앉아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3만 고지 달성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뤄냈지만 다우 지수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다우 지수가 평균을 산출하는 종목은 30개인데, 뉴욕 증시에 상장된 수많은 종목의 대표성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다. 또한 시가총액이 아닌 주가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수치에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다우 지수의 3만점 돌파에 대한 역사적 의미에는 동의한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이날 “다우 지수는 먼 길을 왔다”며 “3만 포인트 돌파에 대해선 (양적완화를 이끈) Fed에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옐런 재무장관 지명 등) 호재가 계속되는 만큼 앞으로 당분간 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나스닥 등 다른 지수에 비해선) 지지부진한 편이었던 다우 지수가 10월 말부터 13% 넘게 치솟았다”며 “다우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지수인 만큼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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