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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향한 ‘전략적 모호성’ 저울질…한국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00:28

업데이트 2020.11.2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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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로에 선 미국의 대만 정책

지난 3일 대만 중서부 타이중 시에서 진행한 군사훈련 중 M60 탱크가 지나가자 주민들이 청천백일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일 대만 중서부 타이중 시에서 진행한 군사훈련 중 M60 탱크가 지나가자 주민들이 청천백일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략적 모호성’은 대만 해협의 안정을 유지해 온 미국의 정책 기조다. 미국이 유사시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언하면 대만은 생존 공간을 확대할 것이고, 중국은 반발하면서 대만에 압력을 가한다. 역으로 방어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 결국 대만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안이 바로 모호성이다. 1979년 1월 미·중 수교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다루는 미국의 정책이었다.

트럼프 집권 4년간 ‘친 대만’ 행보
바이든이 ‘중국 때리기’ 계속하는 한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
장제스, 한국전 때 진먼 포기 구상도

지난 몇 년 모호성(ambiguity)에서 명료성(clarity)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는 대만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이후 대만 관련 미국의 조치는 무수히 많았으나 대표적인 조치는 세 가지였다.

타이베이의 한 건물 게양대에 대만 청천백일기와 미국 성조기가 펄럭인다. 지난 10월 27일 대만은 미국의 대함 미사일을 포함해 약 24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매했다. [EPA=연합뉴스]

타이베이의 한 건물 게양대에 대만 청천백일기와 미국 성조기가 펄럭인다. 지난 10월 27일 대만은 미국의 대함 미사일을 포함해 약 24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매했다. [EPA=연합뉴스]

첫째, 양국 관계의 공식성 제고 및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 차관이 대만을 방문했고 장관급인 천밍퉁(陳明通)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이 미국을 방문했다. 둘째, 국제 사회에서 대만을 지원하는 법안(대만여행법, 타이베이 법안)이 통과됐다. 셋째, 대만에 무기·장비·기술 제공 그리고 대만군과 연합 훈련 등이 있다. 조치의 바탕에는 ‘중국 때리기’가 자리한다.

특히 세인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다. 일부를 소개하면 지난해 F-16V 전투기 66대, M1A2T 전차 108대, 스팅어 휴대용 대공 미사일 250발 등에 이어, 올해에도 HIMARS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 SLAM-ER 공대지 미사일, 하푼(Harpoon) 대함 미사일, MQ-9B 리퍼 무인 항공기, MK48 중어뢰 등이 판매되었거나 판매 절차를 밟고 있다. 무기의 성격·종류·수량을 볼 때 첨단 군사 자산이며 대만의 방어력을 많이 증가시킬 수 있는 무기 체계의 조합이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조치가 있을 때마다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에 직결된 핵심 이익이라는 것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주장이다. 수사적 경고 외에 중국의 해·공군력을 동원해 대만 해협의 중간선 침범,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진입 등 물리적 실력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또한 대만과 미국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어로 ‘검발노장’(劍拔弩張, 칼은 뽑혔고 활이 당겨진 일촉즉발의 상황)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여론, 바이든 30% < 트럼프 42%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만의 대외 공간의 확대를 저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 정책은 초당적이고, 정책 결정자나 일반 국민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올해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Pew)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6%가 중국에 비호감을 표시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개 정보를 믿지 못한다는 응답이 공화당 지지층은 92%, 민주당 지지층은 78%로 나타났다. 이런 반중(反中) 정서는 트럼프 행정부, 의회 그리고 국민 사이에 팽배해 있다. 작년 ZTE(中興) 통신에 이어 화웨이(華爲) 제재,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홍콩 보안법 관련 제재 등은 이런 반중 정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다층적이고 복잡한데 해결은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은 전방위적이고 핵심 이슈와 영역을 서슴지 않고 건드렸다. 이를 위해서는 대만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불행 중 다행’(blessing in disguise)이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YouGov)가 11월 3일 미국 대선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만인 중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42%인데 반해,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30%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대만 정책의 결과다. 바이든 후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이든 시대의 대만은 그리고 한국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한국, 미·중 대립 이슈에 무정책도 정책

대만의 상황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다만 미·중 갈등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상황은 많이 닮았다. 외교·안보 사안에 국한하더라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21세기 육·해상 신실크로드) 참여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미국의 향후 역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한반도 해역 및 공해에서 한·미 연합 훈련, 남중국해 및 대만 해협에서 미·중 충돌 시 한국의 입장 표명 문제 외에도 화웨이 5G 네트워크 사용, 홍콩 보안법 그리고 대부분의 역내 주요 사안에 연루돼 있다.

마쭈군도

마쭈군도

“트럼프는 혼자 중국을 때리고, 바이든은 친구를 데려와서 때린다”라는 말이 중국에서 회자한다고 한다. 크게 틀리지 않은 표현이다. 예로부터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오랑캐들의 합창’이었다. 바이든 당선인도 소위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함께 대중 정책을 이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잘 읽고 대처해야 한다.

국내에는 유능한 관료가 많다. 관료는 쉽게 조직 문화와 국내 정치 성향에 영향받는다.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 그룹이 학자와 전문 연구자다. 그간 미·중 갈등과 한국의 선택에 대해 많은 제언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따르거나,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에 대한 무(無) 정책(정책이 없는 것도 정책이다), 유사 상황에 부닥친 국가들과 소통과 연대(대만·인도·호주 등) 등이 있다. 국민 합의에 기초한 대외 정책 역시 명민한 방책이다. 올해 한국의 경제 규모(GDP 기준)가 세계 10위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온다. 전환의 시대다. 한국은 미·중 양국 모두가 한국을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만판 연평도 새카맣게 포위한 중국 모래채취선단
지난 10월 대만의 마쭈군도에 속하는 난간섬 주위로 몰려온 중국의 모래채취선단을 찍은 항공사진. [대만 빈과일보 캡처]

지난 10월 대만의 마쭈군도에 속하는 난간섬 주위로 몰려온 중국의 모래채취선단을 찍은 항공사진. [대만 빈과일보 캡처]

지난 10월 25일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 해안에서 약 16㎞ 인접한 대만 관할 난간(南竿)섬 해안가. 수십 여 척의 중국 모래채취선 선단이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대만 민진당 훙선한(洪申翰·36) 입법위원은 채취선단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바다의 피를 빨아들이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대만의 최전방으로 한국 연평도와 비슷한 난간섬은 ‘중화민국’ 푸젠성 롄장현(連江縣)에 속하는 마쭈군도(馬祖群島)의 섬이다. 대만이 아니다.

홍콩 시사지 ‘아주주간’은 최근호에서 “양안관계가 악화되자 중국 민중이 당국의 주선율에 맞춰 군사 위협이 없는 마쭈를 괴롭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쭈군도와 푸젠성 최대 도시 샤먼(廈門)에서 불과 3.2㎞ 떨어진 진먼도(金門島)의 위상은 미묘하다. 국민당은 진먼과 마쭈를 통칭하는 진마(金馬)를 대만 방어의 보루이자 역공의 발판으로 여겼다. 대만 독립론자의 관점은 달랐다. 1970년대부터 ‘진마철군론’을 내걸며 진마를 중국에 돌려주면 양안이 나눠지면서 실질적인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70년전 국민당 장제스(蔣介石) 총통도 진마 철군을 구상했다. 대만 출신 린샤오팅(林孝庭) 미국 후버연구소 교수가 저서 『의외의 국가(Accidental state)』 7장에서 밝힌 사실이다. “1950년 7월 장제스는 진먼과 푸젠성 연해의 다른 섬에서 철군을 고려했다. 대만 본토 방어에 집중해 한반도에 3만3000명의 병력을 파병하기 위한 조치였다.…국민당이 통제하는 섬들은 미 7함대의 보호 범위를 벗어났다. 장제스의 개인 군사 고문으로 대만에 머물던 찰스 M. 쿠크 전 7함대 사령관(제독)은 대만의 한국전쟁 참전을 지지했다. 대신 쿠크는 국민당군의 진먼도 철수를 강력히 반대했다. 진먼도 철군은 공산당에 약한 모습으로 비쳐져 대만은 물론 전체 자유진영에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에서다. 장제스는 결국 양보했다.” 한국전쟁과 양안은 이어져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한림대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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