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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4년’을 또 다른 굴기의 기회로 만들려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2020.11.18 00:25

업데이트 2020.11.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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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바이든 당선을 보는 중국의 속내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한 쇼핑몰의 대형 전광판에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의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영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 13일 뒤늦게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아직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한 쇼핑몰의 대형 전광판에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의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영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 13일 뒤늦게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아직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조 바이든에게 늑장 축하 인사를 보냈다. 당선 확정 5일 만인 지난 13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장에서다. 펑파이(澎湃) 기자가 물었다. “요 며칠 많은 국가 지도자와 국제기구 책임자가 바이든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도 공개 축하했다. 중국 정부의 평론(評論)은?” 유엔 수장까지 이미 축하했다는 추임새다. 중국도 더는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는 ‘멍석’을 깔았다.

‘민주주의 위기’ 부른 트럼프 이어
바이든도 산적한 미국 국내 문제로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힘들 것 전망
미국, 원칙·민주주의로 공세 나설듯

중국은 대선에 불복하는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며칠 더 ‘침묵 모드’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이든 축하 인사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되겠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CNN 등 언론이 연일 “전 세계에서 아직 바이든에게 축하 인사를 안 한 국가는 북한·중국·이란 3개국”이라며 매일 업데이트한 것도 부담이었다. 북한과 이란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이 소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불렀던 나라인데 중국이 ‘악’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트럼프와 다른 바이든에게 기대하는 중국

중국 환구시보는 바이든 당선이 미·중 긴장의 ‘완충기’가 되기를 원한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비쳤다. 인민일보 공식 트위터는 트럼프가 자신이 이겼다는 부정확한 트윗을 내보내자 “하하(哈哈)”라며 조롱하는 이모티콘을 붙여 리트윗했다.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하자 바로 삭제했다. 조심하는 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아직 바이든에게 축하 인사를 하지 않았다. 중국발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에 졌다고 화나 있는 트럼프가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에 대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남방일보는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이 대선 기간 미국 CBS의 ‘60 Minutes’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 최대의 적이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한 대답에 주목했다. 바이든은 ‘미국 최대의 적’으로 러시아를 꼽았다. 중국은 미국 ‘최대의 경쟁자(biggest competitor)’라고 했다. 중국을 안심시키는 부분이다. 적어도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시대에 미·중 전략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신중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최근 각 매체에 관영 신화통신사 기사(이를 ‘통고’라고 한다)만 전재하고 개별 취재 보도 금지, 외신 기사의 번역 보도 금지 지시를 내렸다. 70여일 남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까지 미·중 관계의 ‘관리’에 들어갔다.

트럼프의 ‘뒤끝’과 바이든의 ‘초격차 전략’

2015년 9월 집권 후 지금까지 미국을 단 한 차례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15년 9월 집권 후 지금까지 미국을 단 한 차례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현재 트럼프 정부 내에는 남은 기간 미·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강경파와 온건파가 격론 중이다. 피터 나바로를 비롯한 강경파는 미·중 관계의 ‘근본 틀 부수기(burn the house down)’를 원한다. 여기에는 중국과 공식 ‘디커플링(탈동조화)’ 선언과 심지어 중국과 단교하고 대만과 수교하는 옵션 등 극단적인 구상도 포함되어 있다. 온건파는 남은 기간 중국에 더 많은 추가 제재와 행정명령을 사용해 후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관계에 부담을 주는 정도를 선호한다. 골탕 먹이고 떠나는 방법이다. 워싱턴의 지인에 따르면 현재 후자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지만, 트럼프의 성격상 안심하기 이르다.

바이든의 중국 정책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통과한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에 얼개가 소개됐다. 당선된 이상 바이든 캠프 내부에서 재토론 중이라고 한다. 예단은 이르다. 중국과 경쟁 관계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철학은 바이든 행정부도 큰 틀에서 공감하고 그대로 추진할 것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오바마 버전 2.0’이 아님을 의미한다.

중국을 다루는 스타일에서는 차이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냉전적·경쟁적 레토릭 사용은 지양하고, 미국이 본연적으로 훨씬 경쟁력과 저력이 있는 국가며 중국이 아예 따라올 야심을 품지 못하도록 경쟁력을 몇 단계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미국판 ‘초격차 전략’이다. 바이든 진영 인사들은 이를 ‘미국이 더 빨리 달리는 것(The U.S. runs faster)’이라고 부른다. 중국과의 경쟁에 천착하기보다는 미국 사회 내부의 역량 향상에 힘쓰겠다는 주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다시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는 조치다.

바이든 행정부는 거친 레토릭에 의존하지 않지만 중국에 할 말을 하고 대응할 때는 대응하는, 더 원칙적이고 규범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는 신장·티베트 인권 문제를 두고 미·중 관계에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2017년 11월 베이징을 국빈 방문하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인권을 지적하지 않은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겼다.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바마는 2015년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해 시진핑에게 경고했지만, 시진핑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공섬 건설을 확대했다. 무력 충돌을 우려한 오바마가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정부 일각에서 오바마의 실책으로 지적한다. 중국이 마지노선을 넘었는데 미국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행동이 더욱 용감해지도록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에는 이를 교훈 삼자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바이든 임기 동안 남중국해와 대만은 미·중 군사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두 곳이다. 특히 4년 전 민주당 정강에 보였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아예 삭제됐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와 달리 동맹 관계를 강화할 터인데 주된 목적 역시 중국 저지다. 중국을 겨냥해 취임 첫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a global summit of democracies)’를 개최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바이든의 임기 초에 외교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코로나19 통제, 경제 회복, 미국 분열 극복 등이 주 업무가 될 것이다. 중국에 중요한 시사점이다. 중국은 트럼프가 망가뜨린 미국의 민주주의 위기, 인종 차별, 사회 분열을 바이든이 치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억제 정책에 집중하기 힘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 년 만의 큰 변화” 외친 시진핑의 속내는 “바이든 4년도 기회”
‘트럼프 4년’이 미국 사회에 입힌 내상은 생각보다 깊었다.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의 민주주의 위기(democratic crisis)가 바로 종식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트럼프가 초래한 미국의 리더십 실추와 국제사회 리더십의 유동성 증가는 도전자인 중국에 기회 요인이다.

중국 네티즌은 트럼프를 ‘촨젠궈(川建國)’라고 부른다. ‘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는 뜻이다. 1949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쟁 관계인 중국에 ‘제2의 건국’ 모멘텀을 줄 정도로 중국의 굴기(崛起·우뚝 서는 것)에 도움이 됐다는 조롱이다. 바이든도 중국식 별칭이 있다. ‘바이전화(拜振華)’다. ‘바이든이 중국을 중흥시킨다’는 말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건 중국에 이롭다는 생각을 반영한 조크다.

‘트럼프 4년’은 중국에 기회였다. 현 미국 민주주의의 취약함은 중국 공산당 정부에 반사 이익을 안겼다. 중국은 ‘바이든 4년’도 중국이 더 강하게 부상할 기회의 시간이라고 믿는 듯하다. 바이든이 단시일 안에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란 쉽지 않다. 중국은 바이든이 기후·환경·대량파괴 무기·비확산·보건·북핵 문제 등에서는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발언에 주목한다. 바이든의 대중국 공세의 날카로운 예봉을 이런 협력의 필요성을 방패로 삼아 무디게 만들 참이다.

시진핑은 종종 “지금 세계는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큰 변화의 시기(百年未有之大變局)”라고 한다. 오기 힘든 전략적 기회의 시기라는 판단이다. 지난달 선전(深圳) 경제특구와 13일 상하이 푸둥(浦東)에서 이 말을 했다. 미국 대선을 유심히 봤을 그의 정세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성현
미국 그리넬대 학사, 하버드대 석사, 중국 칭화대 박사.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팬택펠로 ,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미국외교협회(CFR),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등에서 강의했다. 최근 저서로 『미·중 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가 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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