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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장서 현수막 달다 추락사…경찰 “현수막업체·호텔 공동책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의 한 특급호텔 연회장에서 30대 남성이 현수막 설치 도중 추락사한 사고를 수사한 경찰이 현수막 업체와 호텔 양측에 사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 업체 직원·대표와 호텔 직원 기소의견 송치 #유가족 “호텔 측 과실 인정돼 의미있는 수사 결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과실치사 혐의로 현수막 업체 직원 A씨와 대표 B씨, 사고가 발생한 호텔 직원 C씨를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호텔 연회장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함께 한 동료 A씨에게 리프트를 이동시킨 책임이 있다고 봤다. 리프트는 안전 지지대에 설치해 고정된 상태로 이용해야 한다. 사고 당시 호텔 내부 폐쇄회로TV(CCTV)를 보면 숨진 노동자가 리프트에 올라가 작업을 하는 동안 A씨가 안전 지지대를 제거한 리프트를 이동시키려했는데 리프트가 넘어지는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10분쯤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작업을 하던 손모(39)씨가 리프트가 넘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달 30일 오후 3시 10분쯤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작업을 하던 손모(39)씨가 리프트가 넘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은 현수막 업체 대표 B씨도 현장에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리프트를 대여해 준 호텔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호텔 측은 현수막 업체 직원들에게 리프트를 빌려주면서 장비와 관련된 주의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업체와 호텔 측에 공동으로 책임을 물은 것을 두고 유가족 법률대리인은 “안전사고와 관련해 호텔 측 과실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경찰 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수막 업체에 일감을 맡긴 연회장 행사 업체에는 사고 관련 책임을 묻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호텔 측은 연회장 행사 업체가 갑자기 현수막 설치 위치를 바꿨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경찰은 사고 책임과 결부시키지 않았다.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부산고용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된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부산 특급 호텔 연회장에서 현수막 업체 소속 30대 남성이 리프트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리프트가 쓰러지면서 6m 높이에서 추락했다. 30대 남성은 뇌사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심장과 좌우 신장을 3명에게 기증하고 지난 13일 숨졌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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