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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도 "증거와 불일치"···김봉현 '말 바꾸기' 제 발등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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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뉴스1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뉴스1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 핵심인물 중 한 명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구속)의 증언이 믿을 만 한지에 대한 검찰의 첫 판단이 나왔다. 결론은 "믿기 어렵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여권 정치인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했다가 ‘검찰의 짜 맞추기 수사’라며 번복한 김 전 회장 측 주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檢 "믿기 어렵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결심공판은 마지막까지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이 진술을 번복한 탓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 전 위원장의 요청으로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전 위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8월 7일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주식 손해에 대한 미안함에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 전 회장의 ‘말 바꾸기’에 대해 이 전 위원장 측은 “김 전 회장의 법정 증언이 더 상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번복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구형에 앞서 “(김 전 회장의) 증언은 다른 증거나 발언과 일치하지 않아 믿기 어렵다”며 “김 전 회장은 돈을 건넨 것이 인간관계에 의한 이유가 컸다고도 했는데 이 역시 믿기 어려운 증언”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위원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수차례 말 바꾼 김봉현

이 전 위원장 구형을 계기로 김 전 회장의 최근 잇따른 폭로를 둘러싼 수사 결과가 관심을 끈다. 검찰이 김 전 회장 증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신빙성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구속된 김 전 회장은 그간 옥중 자필 편지로 ‘정치인 로비’와 ‘검사 술 접대’ 관련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초기 진술을 번복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지난달 8일 법정에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당시 둘 사이에서 금품이 오고 갔는지 본 적이 없다”며 말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증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다른 증거와 불일치’를 지적한 점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옥중 편지에서 검찰이 여당 정치인 로비 의혹에 대해 진술을 유도하는 ‘짜 맞추기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최측근이었던 김모 전 수원여객 재무이사와 박모 전 향군상조회 부사장은 모두 법정에 나와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여권 정치인의 룸살롱 접대 사진을 언론에 제보했다”고 동일하게 증언했다.

올해 초 김 전 회장이 측근과 나눈 대화 녹취록도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흔들 증거로 지목된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 전 회장은 “여당만 조지겠다”며 로비를 했다는 여권 인사 6명을 언급했다. 그는 “김영춘이한테 직접 형이랑 가 갔고 돈을 주고 왔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 이후 김 전 회장은 “제가 김영춘 총장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재판 거듭할수록 진술 신빙성 흔들려"

김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의 또 다른 축인 ‘현직 검사 술 접대’에 대해서도 당사자 진술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당초 김 전 회장은 네 차례의 검찰 조사를 거쳐 술 접대 날짜로 지난해 7월 12일을 특정했다. 그러나 “현직 검사와의 술자리는 없었다”고 진술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최근 “술 접대한 사실이 맞다”며 “그 날짜는 지난해 7월 18일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김 전 회장과 공범인 이 전 부사장은 검사 술 접대 자리에 동석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이 말을 바꾸자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지목된 이강세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의 모든 혐의에서 핵심 증거는 김봉현의 진술인데 재판을 거듭할수록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재차 법정에 불러 진술 내용에 변함이 없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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