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맞은 항체치료제는 그림의 떡? 1번 맞는데 3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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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미국 뉴욕 주에 있는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에서 연구자들이 배양기 앞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REGN-COV2'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정맥 주사 맞는 데 1시간 걸려 #생산량 적고 미국 내 환자 많아 #해외에선 '그림의 떡' 될 수도

미국 생명공학 회사 리제네론이 개발한 이 단일 클론(clone) 항체 치료제는 지난달 확진 판정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투입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치료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미국을 제외한 해외 일반 환자들에게는 당분간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증 환자에겐 해가 될 수도

지난 16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치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FDA 승인 내용에 따라 이 항체 치료제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중증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고, 양성 판정은 받고 중증으로 진행할 염려가 있는 경증에서 중간 증도의 병세를 보이는 12세 이상 환자에게 적용된다. 65세 이상이나 특정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중증 환자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게 FDA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치료보다는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 입원 수요를 줄이는 데 사용된다는 의미다.

FDA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단일 클론 항체 치료법을 승인하면 외래 환자가 입원을 피하고,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감염병과 로버트 골드스타인 박사는 최근 미 의사협회지(JAMA)에 기고한 글에서 "리제네론의 치료제 가격은 1회 주사에 대략 3000달러(약 334만 원)가 될 것이고, (백신 주사와는 달리)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정맥주사(IV 주사)를 통해 투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달 생산량 30만 명 분에 그쳐

리제네론사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생산량이다.

업체 측은 이달 말까지 8만 회 분량을 준비할 예정이고, 내년 1월 말까지는 약 30만 회 분량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는 하루에 20만 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 당장 미국 내 수요를 채우기도 부족한 물량이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현재의 일일 확진자와 항체 치료제 공급으로 보면 2주 이내에 소진될 수 있다"며 "단일 클론 항체의 투여는 경제적 부담을 추가하게 되고, 임상의와 의료센터가 적절하고 공평하게 접근을 제공하는 문제로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장 외국에 제공할 물량은 많지 않고, 외국의 최우선 치료 대상자가 아닌 일반 감염자들이 이 치료제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량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인 셈이다.

두 가지 섞은 '항체 칵테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묘사한 그림. 로이터=연합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mAb)는 똑같은 성질을 가진(클론된) 면역세포에서 만들어낸 동일한 항체를 말한다.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같은 항원(바이러스나 암세포)을 공격하는 동일한 항체를 한꺼번에 투입해 신속하게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20세기 초에 개념이 등장했지만, 실제 단일 클론 항체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특정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 B세포와 쥐의 종양 세포를 융합해 세포 분열을 계속하면서 항체를 생산하도록 한 것이다.

리제네론은 지난 8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단일 클론 항체를 확보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생쥐(사람 조직을 이식해 유전학적으로 인간화한 쥐)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사해서 항체를 얻는 방법과 감염 후 회복된 사람의 혈청에서 항체를 얻는 방법 두 가지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 연구팀은 항체를 선별, 1단계로 단일 클론 항체를 200개 이상 얻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에서 사람 세포의 수용체, 즉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ACE2)와 결합하는 부위(RBD)를 공격하는 것들이다.

리제네론이 개발한 단일 클론 항체의 반응. 진한 파란색으로 표시된 항원인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부위(RBD)를 녹색-청록색으로 표시된 항체(REGN10933)와 .노란색-빨간색으로 표시된 항체(REGN10987)가 공격하고 있다. 녹색은 REGN10933항체의 중쇄(heavy chain), 청록색은 이 항체의 경쇄(light chain)을 나타낸다. 노란색은 REGN10987의 중쇄를, 붉은색은 이 항체의 경쇄를 나타낸다. 자료:사이언스

연구팀은 중화 능력, 즉 RBD 공격하는 능력이 뛰어난 항체 9개를 골라냈고, 최종적으로 2개를 선택했다.

그게 바로 두 개의 단일 클론 항체인 카시리비맙(casirivimab, REGN10933)과 임데비맙(imdevimab, REGN10987)이다.

각각 이름 끝에 '맙'이 붙은 것은 단일 클론 항체(mAb)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