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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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유자(柚子)에 대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칭송이다.

이 과실은 11월 전후에 생산되므로 이달에 구입하는 것이 가장 양질이다.

게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잘 걸리는 감기.중풍의 예방.치료에도 효과적이어서 귀여운 겨울 과실로 친다.

감기 치료에 좋은 비타민C가 유자 1백g당 1백5㎎(레몬의 3배, 사과의 25배)이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껍질에는 헤스페리딘이라고 하는 혈압을 안정시키며 모세혈관을 강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고혈압.저혈압 관리는 물론 뇌졸중 예방에 유용하다(해남 난지 과수시험장 김은식 연구실장).

유자의 쓴맛 성분인 리모노이드는 항암효과가 기대된다. 이 성분은 씨에 더 많이 들어있지만 껍질에도 있다. 신맛을 주는 구연산 등 유기산과 칼슘.칼륨 등 미네랄도 풍부하다. 유자를 즐겨먹으면 피로회복.노화방지.피부미용 등에 좋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감귤류처럼 펙틴(다당류)이 많이 들어있어(4~6%)혈액순환.가려움증 억제.염증 제거.동상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유자는 감귤과 사촌간이지만 귤은 생식(生食)하는 데 비해 유자는 대개 가공(유자차.잼.드레싱.향신료.과자.조미료.식초 등)해 먹는다. 유자를 즐겨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다.

국내에선 전남 고흥.완도.장흥.진도, 경남 남해.거제.통영 등에서 연간 1만t가량 생산된다. 향이 짙고 껍질이 두껍기로는 국산을 최고로 친다. 중국에서도 일부 생산되나 수입되지는 않는다.

컵에 유자즙 20%,뜨거운 물 80%를 섞은 후 꿀 1차숟갈을 타서 만든 유자즙을 매일 1~2잔씩 마시면 냉증.냉증에서 오는 통증 해소.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유자즙을 오래 보관하려면 종이 필터에 걸러 냉장고의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과즙을 짜고 난 유자는 그물망.천 주머니 등에 넣어서 목욕할 때 욕조에 띄워둔다. 유자 향기로 기분이 좋아지며 피로가 풀리고 겨울에 손발이 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유자씨는 민간요법에서 티눈.사마귀 치료제였다. 씨를 태운 뒤 밥에 버무려 환부에 붙였다. 신경통이 있거나 목에 가시가 걸렸을 때는 씨를 빻아서 달여먹이고 유산 후나 산후 복통에는 껍질을 달여먹였다.

동의보감은 '유자는 위속의 나쁜 기운을 없애고 술독을 풀어주며 음주자의 입냄새를 없애준다'고 쓰고 있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원장).

유자는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두꺼우며 광택이 나고 담황색인 것이 상품이다. 당도가 높고 향.맛이 좋다.

구입한 후에는 폴리에틸렌 봉지에 넣어 냉동 보관해야 건조를 막고 향기를 오래 보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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