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산병원] 간 이식 수술 10주년 맞아

중앙일보

입력

서울아산병원이 지난 4일로 간 이식 10주년을 맞았다.

1992년 첫 이식 이래 6백14건(국내 최다)의 간 이식 수술을 시행한 것. 이는 국내 최초로 간 이식을 성공시킨 서울대병원의 1백50여건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는 "수술 성공률이 92%로 세계 최고 간 이식 전문병원인 미국 피츠버그 대학병원의 80%를 웃돈다"고 말했다.

수술 건수와 성공률에서 세계적인 병원으로 성장한 것.

에피소드도 많다. 92년 이 병원에 처음으로 이식수술용 장기(臟器)를 기증한 양모 상병은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세면대에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뇌사자가 된 경우. 이후 군목의 권유로 간을 비롯해 6개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떴다.

94년 12월엔 11개월된 아기에게 아버지의 간이 이식됐다. 당시 국내 최초로 이뤄진 부분 생체 간 이식술이었다. 그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이다.

간 이식 후 최장기간 생존자는 이상준씨. 뇌동맥 파열로 뇌사에 빠진 사람에게서 92년 10월 간을 이식받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현재 간 이식 생존율은 수술 직후 90%, 5년 75%, 10년 60% 정도 수준. 문제점은 기증자의 부족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인 하희선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1천여명,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3백여명이 간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해 전국적으로 30명, 서울아산병원은 4명만 이식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기 이식법 제정으로 장기 기증과 분배를 정부에서 독점 관리하면서 병원들이 뇌사자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독려할 동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이식비용도 문제다.건강보험이 적용된다지만 본인 부담금만 6천만원 정도 소요된다. 수술 이후 맞아야 하는 면역 글로불린 주사에도 수천만원이 들어 1억원 가까이 본인이 내야 한다.

건강보험 혜택은 중병을 앓는 환자에게 더 돌아가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장기이식 환자에 대한 보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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