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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국 좌파의 편협함이 트럼프의 분노 정치 부채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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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던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좌파의 편협함을 질책하는 칼럼을 실었다. 미국 내 좌파가 점점 이분법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에 빠지면서 트럼프식 분노의 정치가 창궐하는 데 일조하는 등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종·계급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 #자기 신념에 빠져 정책대안 실종 #트럼프는 여성에 적대적인데도 #바이든보다 백인 여성표 더 얻어

NYT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티븐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집단사고에 빠진 좌파 눈이 멀다’는 칼럼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좌파가 세상의 다양성과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신념에 매몰되면서 세계를 이분법적 논리로 바라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븐스는 특히 신좌파의 태도를 종교적 단어로 묘사했다. 그는 칼럼에서 “좌파는 과거엔 (기성 권위에) 불손했는데 지금은 신실해졌다(pious)”고 비유했다. 또 “좌파는 과거엔 진실은 반대되는 관점을 상대하면서 가장 잘 발견된다고 믿었는데 지금은 반대되는 관점을 제거함으로써 진실이 확립된다고 믿는다”고 일갈했다. “과거엔 과정을 중시했는데 지금은 결과에 중독됐다”고도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좌파들은 복잡함과 애매모호한 영역, 회색지대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는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자기 의심’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새로운 좌파는 인종·성별·계급 등을 잣대로 이런 애매모호한 영역을 지워버렸다. 그래서 “새 좌파는 확신의 공장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특권층과 힘없는 이들, 백인과 유색 인종, 인종차별주의자와 인권운동가, 억압하는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많은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는 현대사에서 가장 반(反)흑인·히스패닉·여성 대통령”이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과 (올해 대선의) 조 바이든 당선인보다 백인 여성 표를 많이 가져갔다. 또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 라틴계와 흑인 유권자의 비율은 2016년보다 더 늘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좌파의 (이분법적인) 교리가 정확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헨리 쿠엘라 민주당 하원의원을 인용해 “트럼프는 민주당보다 히스패닉 유권자를 훨씬 더 잘 이해했다”며 “민주당은 라틴계 유권자를 마치 경찰에 반감을 가지고 있고, 친이민적 특성을 가진 하나의 단일한 집단처럼 규정했다”고 진단했다.

스티븐스는 “사람들을 단 하나의 정치적 이해집단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의 성격은 좋아하지만 그의 정치는 싫어할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가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인 걸 인정하면서도 그의 정책은 지지할 수 있다. 모든 동기는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좌파가 동일한 사고에 지배되는 집단(intellectual monoculture)이 되면 재능 있는 이들을 쫓아내고, 생각이 다른 이들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고, 더욱 자기확신적이 되며, 더욱 자주 틀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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