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잡으려 호텔·오피스까지 개조…정부의 11만가구 '영끌'

중앙일보

입력 2020.11.19 09:24

업데이트 2020.11.19 21:03

정부가 심화하는 전세난을 안정시키기 위해 2년간 전국에 공공임대주택 11만4000가구를 공급한다. 서울 3만5000가구 등 수도권에 7만 가구가 집중된다. 호텔 등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한 물량이 1만3000가구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2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 담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단기간 공급 확대’다. 이미 지난 5‧6대책과 8‧4대책을 통해 수도권 30만 가구 등 대규모 공급 계획을 세웠지만, 2023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수도권 7만 가구 등 전국에 11만4000가구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물량의 40%가 넘는 4만9000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공급방식이다. 집을 새로 지으면 건축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비어있는 집이나 상가, 오피스텔, 호텔까지 활용한다. 민간건설사를 통한 신축매입 약정 방식도 동원한다. 신축매입 약정은 민간건설사가 약정한 물량만큼 집을 지으면 LH가 매입해서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이미 지은 공공임대주택 중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 3만9000가구(수도권 1만6000가구)를 공급한다. 남은 공실 물량은 전세로 전환해 다음 달 말 입주자를 모집하면 내년 2월까지 입주할 수 있다.

비아파트 공급계획만 나와

신축매입약정 7000가구(수도권 6000가구), 공공전세주택 3000가구(2500가구)도 내년 상반기 공급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엔 비어있는 상가나 오피스, 호텔 같은 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 하는 방식으로 6000가구(수도권 4600가구)를 내놓는다.

이어 2022년에는 신축매입약정 2만3000가구(수도권 1만7000가구), 공공전세 9000가구(수도권 6500가구), 공실 리모델링 7000가구(수도권 5000가구) 등 임대주택 3만8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정부는 최근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빨라지는 가구 분화 속도를 꼽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가구수는 2017년 18만 가구에서 지난해 25만4000가구로 늘었다. 인구가 줄어도 실제 주택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과 거주 의무강화 조치에 따른 전세물건 감소도 일부 인정했다. 국토부는 “(임대차3법의) 축소균형 과정에서 전세매물 부족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효과가 크지 않은 자투리를 모은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난의 본질인 매매수요 억제에 따른 전세수요 확대를 인정하지 않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심 공급은 재개발‧재건축을 푸는 게 가장 확실한데 그걸 배제하니 작은 사업을 끌어 모으는 형식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변경되는 서울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 [뉴시스]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변경되는 서울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 [뉴시스]

비어있는 상가나 오피스, 호텔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이다. 예컨대 잠을 자는 기능에 집중한 호텔은 잠을 자고 음식을 해 먹는 숙식을 위한 공간인 아파트와 골조부터 달라서다.

호텔을 주택으로 바꾸려면 조리시설을 위한 배관공사부터 주차, 냉·난방, 하수처리시설, 환기, 채광, 화재, 보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없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호텔은 세입자 명도에 따른 지연이 없어 빠르게 공급할 수는 있지만 난방, 평면 등 주거 편의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18일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호텔 등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에 대해 “영업이 되지 않는 호텔들을 리모델링해서 청년주택으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다. 머지 않아 근사하다 그럴까, 잘돼 있는 사례를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호텔 바꾼 청년주택 반응 좋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 전‧월세난은 분양할 주택을 전‧월세로 바꿔 공급하는 등 추가로 얼마를 공급한다고 해결될 총량의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이라도 임대차3법을 원위치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대책 내용을 보면 전세난의 핵심인 아파트가 아니라 비아파트 중심의 공급이라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11만4000가구라고 하지만 이미 8‧4대책에서 발표한 물량과 중복되고 신규로 전세 전환한 물량은 2만9500가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LH가 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축매입약정이나 호텔 등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은 모두 LH가 매입을 해야 한다. 현재 LH 부채는 132조2766억원이다.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246%에 이른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며 2024년까지 부채는 180조3847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중산층도 거주하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인 ‘질 좋은 평생주택’에 대한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국토부는 “2022년 공공임대주택 200만 가구 시대를 맞아 그간 확충한 공공임대를 중산층도 거주하고 싶은 임대차 시장의 안전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주택 공급평형을 넓히고 입주자격을 완화하고 입주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 임대료를 부과하는 소득연계형 임대료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질 좋은 평생주택은 2022년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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