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자보다 여자 맘 잘 아는 ‘유미의 세포들’ 인생 고민에 남녀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유미를 위해 일하는 세포들. [사진 네이버웹툰]

유미를 위해 일하는 세포들. [사진 네이버웹툰]

“오랜만에 돌리는 거라 뻑뻑할 거야. 모두 힘내!”

32억뷰 웹툰 5년7개월만에 연재 끝 #이동건 작가 작품, 드라마 제작키로

2015년 4월 1일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첫 회에 등장한 ‘이성 세포’의 대사다. 오랜만에 머리를 쓰는 주인공 김유미를 위해 함께 맷돌을 돌려달라고 머릿속 다른 세포들에게 보내는 지원 사격 요청이다. 하루에도 수백번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포들은 매 순간 치열하게 토론한다.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출출 세포’와 슬그머니 등장해 야릇한 기운을 뿜는 ‘응큼 세포’ 등이 총출동한다. 평범한 30대 직장인 유미의 일과 사랑 이야기는 동분서주한 세포들의 활약상에 힘입어 5년7개월 동안 누적 조회 수 32억 뷰, 댓글 500만개를 기록했다.

7일 512회로 연재를 마친 이동건(39) 작가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무사히 연재를 마쳐 홀가분하다”고 했다. “일상 속에서 ‘맞아! 사람들은 행동과 달리 마음으론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라고 공감하게 하려는” 처음 목표를 이루고 장기간 연재를 이어가며 작가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작품을 일정한 퀄리티로 유지하는 게 어려웠어요. 대략 1년간 연재하면 잠시 다음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무리한 진행은 결국 무리한 결과를 낳게 되더라고요.”

다섯 번의 연애를 통해 상대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유미의 성장담도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남자친구가 인생의 1순위였던 유미는 세 번째 이별에서 ‘게시판 관리자 세포’를 통해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최우선순위가 되면서 글 쓰는 재능을 발견해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에 도전하면서 ‘올해의 로맨스 작가’로 선정되는 등 일도 잘 풀린다.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이 작가를 여자로 아는 경우도 많다.

이동건 작가

이동건 작가

“그만큼 세밀하게 표현한다는 뜻이니 즐거운 오해죠. 본인 인생을 처음으로 설계하는 나잇대가 20~30대라 성별을 떠나 인간 김유미와 비슷한 고민도 하고 연애경험으로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공감하지 않았나 싶어요. 성별과 무관하게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감정이나 욕구는 비슷하니까요. 저나 지인의 경험담이 녹아든 에피소드도 있고, 아내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 작가도 2011년 웹툰 ‘달콤한 인생’으로 데뷔하기까지 여러 직업을 거쳤다. 미대 자퇴 후 인디밴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며 20대를 보내고 문구회사에 취직했다. 회사가 업종을 바꾸면서 제품 디자인 업무가 사라지자 다이어리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했고, 이때 만화를 그리며 웹툰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유미의 세포들’에 나온 것처럼 미래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만화를 그려!”라고 답했다. “‘뒷북 세포’는 제 일상에도 종종 나타나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업무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와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아까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하지 그랬어’라는 식으로.”

드라마 제작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5월. 스튜디오드래곤과 스튜디오N이 공동제작하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가 극본을 맡으면서 팬들은 정유미·박보영·서현진 등 캐스팅 후보로 올리기도 했다. 차기작에 대해 이 작가는 “연말까지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고 싶다. 즐겁고 유쾌한 에너지를 받으면 다음 작품도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