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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언덕인 줄…" 신라왕족 고분 위 주차 SUV 운전자 진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경북 경주시 쪽샘지구 한 고분 위에 주차된 SUV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15일 오후 경북 경주시 쪽샘지구 한 고분 위에 주차된 SUV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경북 경주에서 신라 왕족 고분 위에 차를 세워 논란이 된 차량 운전자는 경주 인근 도시에 사는 20대 남성으로 조사됐다. 이 운전자는 고분을 '작은 언덕'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주시, 20대 운전자 경찰 고발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운전자 "고분인 줄 몰랐다" #문화재청 "차량 바퀴 흔적 확인"

경북 경주시는 18일 쪽샘지구 79호분 위에 차를 몰고 올라간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20대 남성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1시30분쯤 경주시 황남동 쪽샘지구 79호분 정상에 자신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차한 혐의다.

경주 인근 도시에 사는 A씨는 경주시 조사에서 "경주에 놀러 갔다가 작은 언덕이 보여 무심코 올라갔다. 고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A씨는 79호분 주위에 설치된 안전 펜스 사이로 차를 몰고 고분 정상까지 갔다. 경주시에 따르면 무단으로 고분에 올라가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경주의 대표적인 유적인 쪽샘지구 고분 위에 SUV가 주차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당시 한 행인이 찍은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사진이 공개되면서 "운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쪽샘지구 79호분 위에 난 차량 바퀴 흔적. 검은 선 안이 바퀴 자국이다. 사진 독자

쪽샘지구 79호분 위에 난 차량 바퀴 흔적. 검은 선 안이 바퀴 자국이다. 사진 독자

 이 차량은 높이 10m 정도인 고분 위에 잠시 주차돼 있다가 위치를 옮겼다고 한다. 경주시 문화관광국 관계자는 "SUV가 고분 위에 세워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지만 이미 차량이 사라진 뒤였다"고 했다. 경주시는 신고자의 사진에 찍힌 차량 번호 조회를 통해 사흘 만에 운전자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고분은 미발굴 상태인 쪽샘 79호분이며, 봉분 경사면에서 정상까지 차량 바퀴 흔적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경주 대릉원 바로 옆에 있는 쪽샘지구는 4∼6세기에 걸쳐 조성된 삼국시대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묘역이다. 쪽샘이라는 명칭은 샘에서 쪽빛(하늘빛)이 비칠 정도로 맑고 맛 좋은 물이 솟아난다는 데서 유래했다.

김준희 기자, 경주=백경서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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