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 게뵐베'(Grünes Gewölbe·둥근 천장이 있는 녹색 금고) 박물관 보물 절도 사건의 용의자 3명이 1년 만에 체포됐다.
17일 슈피겔온라인,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베를린에서 10개의 아파트와 차고 등을 급습해 20대 용의자 3명을 붙잡았다. 달아난 2명의 남성 용의자는 수배했다. 용의자는 독일 국적으로 아랍 출신의 일가였다.
지난해 11월 25일 용의자 2명은 창문을 깨고 박물관에 진입해 도끼로 전시함을 깨부순 뒤 보물을 챙겨 밖에 세워둔 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절도가 일어난 날 인근 건물에서는 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녹색 금고라는 뜻의 '그뤼네게뵐베'에서 사라진 도난품은 18세기 작센왕국의 보석 공예품 3세트였다. 각 공예품은 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다이아몬드 등 각종 보물로 장식돼 있다. 1200만 달러(132억7천만원) 값어치의 49캐럿 다이아몬드도 공예품에 들어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예술품 도난 사건이었다. 전문가들과 현지언론은 도난당한 공예품들의 가치가 수천억 원에서 1조 원대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몇 개의 독일 주에 걸쳐 이뤄진 경찰의 급습에는 모두 1600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 검찰은 체포된 3명에게 "중대한 폭력 절도와 두 건의 방화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의 초점은 보물을 회수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수사 과정에서 단서를 제공하는 대가로 50만 유로(6억5000만원)를 내걸기도 했다.
드레스덴 박물관 관계자는 도난 직후 "도난품이 너무 유명해서 시장에서 거래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당국은 절도범들이 공예품의 보석들을 분리해 판매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 중 한 명은 지난 2017년 3월 베를린의 보데 박물관에서 발생한 100kg 무게의 대형 금화 절도 사건의 범인으로 붙잡혀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