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월성원전, 정책 아닌 집행 과정 수사” 여당에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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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백운규(左), 채희봉(右)

백운규(左), 채희봉(右)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정치적 수사”라는 여권의 공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 “정책 수사는 권한 남용” #대전지검, 정치적 의도 없다 해명 #조만간 백운규·채희봉 소환 예정

대전지검은 16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當否·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 5일부터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기 폐쇄 결정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었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원전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계속 가동 시의 경제성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관여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 결과와 이에 기반을 둔 국민의힘 고발이 수사의 근거가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번 월성원전 관련 수사를 윤석열 검찰총장 주도의 ‘정치적 수사’로 규정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수사는 권한 남용”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압수수색이 윤 총장의 대전지검 방문 직후 이뤄졌다는 점과 현 대전지검장이 윤 총장의 측근인 이두봉 검사장이라는 이유 등을 대면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이라며 “이번 수사는 검찰이 정부 정책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월성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 공약이었다”며 “정책 그 자체를 감사 또는 수사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런 주장들에 대해 침묵해 왔던 대전지검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는 형태를 통해 여권의 정치 공세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반박했다. 이날 대전지검 입장문에 담긴 의미는 수사의 초점이 탈원전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제기된 청와대 및 정부 공무원들의 경제성 조작 주도 또는 관여 의혹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여권의 주장처럼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한편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 디스크와 서류 등을 분석한 뒤 조만간 백 전 장관과 채 사장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그동안 경제성 조작 및 산업부의 청와대 보고 자료 폐기 등 과정에 관여한 당시 청와대, 산업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해 왔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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