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극복 염원" 일론 머스크, 우주선 '회복' 쏘아 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4명의 우주 비행사를 태운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쏘아 올렸다. 이번 비행은 나사(NASA)의 인증을 받은 스페이스X의 첫 실전 임무로 본격적인 민간 우주 탐사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스페이스X, 15일 '리질리언스' 발사 #NASA의 인증 받은 첫 실전 임무 #"민간 우주탐사시대 본격화 의미" #6개월간 ISS서 임무 수행 뒤 귀환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페이스X는 15일 오후 7시 27분(현지시간·한국시간 16일 오전 9시 27분) 유인 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를 플로리다주(州)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보낸 시험 비행에 이어 두 번째 유인 비행이다.

이번 발사에는 지난 5월의 시험 비행과 마찬가지로 스페이스X가 직접 제작한 재사용 로켓 ’팰컨9'가 사용됐다. ‘크루-1’으로 명명된 이번 임무는 NASA 인증 아래 진행되는 첫 공식 우주비행사 수송 임무다.

NASA는 ‘크루-1’ 이 스페이스X와 함께 6차례 우주인을 수송하는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임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정기적인 우주왕복선을 갖게 된 건 2011년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퇴역 이후 9년 만이다. 그동안 미국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통해 ISS에 우주비행사를 보내왔다.

이번 비행이 성공하면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여행 프로그램도 본격 궤도에 오를 예정이다. NASA도 이번 비행을 “민간 기업에 의해 일상적인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는 시대로 접어드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간 우주 비행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갔다”면서 “한때 괴짜라고 여겨졌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NASA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거듭나며 성인식을 치르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발사는 우주여행의 상용화를 위한 단계”라며 “미래에는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우주선에 의존하는 대신 일반인들도 돈만 지불하면 상업용 우주 티켓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선 이름은 ‘회복’

이번 임무에 참가하는 우주인은 NASA 소속인 선장 마이크 홉킨스(51), 흑인 조종사 빅터 글로버(44), 여성 물리학자 섀넌 워커(55)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55) 우주비행사다.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행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리질리언스는 27시간 지구 궤도에 머물다가 16일 오후 11시(현지시간·한국시간 17일 오후 1시)쯤 ISS와 도킹한다. 이후 4명의 우주인은 6개월간 ISS에 머물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기 위한 무 재배, 백혈병 치료를 위한 유전물질(mRNA) 기반 약물 연구 등이 이번 임무에 포함된다. 우주인들은 6개월간의 임무가 끝나면 같은 우주선을 타고 귀환한다.

ISS와 도킹에 성공하면 글로버는 우주정거장에 체류하는 첫 흑인 우주인이 된다. NASA에 따르면 역대 흑인 우주비행사는 모두 17명이었지만, 흑인 우주인이 ISS에 머물면서 임무를 수행한 사례는 없다.

'회복'이란 우주선명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이 담겼다. 선장 홉킨스 등 우주인은 이번달 인터뷰에서 “올해는 코로나19와 경제침체, 사회 불안, 고립 등 다양한 시련으로 유독 힘들었던 한 해였다”며 “우리의 비행이 작은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주선의 이름을 회복(Resilience)이라고 지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비용은 저렴

이번 발사는 우주 탐사의 주체가 NASA 등 국가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옮겨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로켓 ‘팰콘 9’부터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곤’까지 우주선의 설계와 제작을 모두 스페이스X가 주도했다.

앞서 NASA는 새로운 유인 우주선 개발 업체로 스페이스X와 보잉을 선정하고, 이들 업체와 6차례 왕복비행을 하는 조건으로 각각 26억 달러(약 2조 8800억원)와 49억 달러(약 5조 4277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스페이스X 출발에서 도킹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페이스X 출발에서 도킹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민간의 가세에 우주탐사 비용도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 CNBC에 따르면 NASA는 2011년 마지막 우주왕복선을 퇴역한 뒤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이용할 때마다 우주비행사 한 명당 최대 8600만 달러(약 952억원)를 지불해왔다. 하지만 스페이스X를 통해 이 비용을 5500만 달러(약 609억원)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 기술을 통해 이 비용을 더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NASA와 로켓을 다시 회수해 재활용할 경우 발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스페이스X는 “팰콘 9는 재사용 가능한 2단 로켓으로, 세계 최초의 지구궤도용 재사용 로켓”이라며 “로켓에서 가장 비싼 부품을 (개조) 재활용함으로써 우주 접근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뿐 아니라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블루 오리진), 영국 버진그룹(버진갤럭틱) 등도 민간 우주탐사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