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민주당 때리면서, 文정책은 안 건드리는 이재명

중앙일보

입력 2020.11.16 05:00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처럼 만에 찾아온 기회다. 더 이상 정당 간의 거래와 재벌과의 동행으로,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열망을 훼손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내용이다. 이 지사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감독그룹법 등 이른바 '경제 3법'(이 지사는 ‘공정경제 3법’으로 표기)의 완화 움직임을 지적하며 “재벌개혁 후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경제 3법에 대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혁신기업의 활력을 돕는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지사가 문제 삼은 것은 ‘3%룰’(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규정)의 완화 움직임이다. 당초 정부안에는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등과 ‘합산’해 3%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최근 여권은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지사는 “안타깝게도 당초 최대 주주 ‘합산’에서 ‘개별’ 적용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라며 “개별 안이 되면 대주주 측은 각각의 3%씩을 인정받게 돼 특수관계인의 숫자만큼 권한이 늘어나, 애초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공정경제 3법 논의에 집중투표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데,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는 빠져있다”며 재논의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였던 13일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당론 채택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등 최근 당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입법 국회 앞두고 정책 발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앞)가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앞)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매년 통상적으로 열리는 예산정책협의회였지만, 이 지사의 달라진 정치 위상 때문에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앞)가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앞)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매년 통상적으로 열리는 예산정책협의회였지만, 이 지사의 달라진 정치 위상 때문에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9월 초만 해도 4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코로나19 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을 두고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던 이 지사는, 한동안 당내 정책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들지 않았다. 당·정이 갈등을 겪던 ‘3억원 대주주 기준’에 대해선 “기재부의 관점은 과거 고도성장기의 사고에 그대로 머물러 영원한 어린이 피터팬을 보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의 손을 들었다. 국민의힘이 옵티머스 사건을 고리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공격하자 “수준 낮은 음해 정치 그만하라”며 방어에 앞장섰다.

하지만 국회가 국정감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돌입하면서 이 지사의 발걸음은 다시 빨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본소득 탄소세 등 당 좌·우 이견이 있는 정책에서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지사는 정부·여당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대로 따르지만, 사전 토론 과정에선 본인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그래야 이후 더 과감하게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여야 의원 33명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연 데 이어, 13일엔 경기 지역 여야 의원 15명을 경기지사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겸한 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이날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 3대 '기본 시리즈'를 재차 설명하며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도정현안 간담회'에서 참석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만찬을 겸한 이날 간담회에는 여당 12명, 야당 3명 등 모두 15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도정현안 간담회'에서 참석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만찬을 겸한 이날 간담회에는 여당 12명, 야당 3명 등 모두 15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좌(左)클릭’으로 차별화?  

정부·여당 일각에선 이 지사의 광폭 행보에 대한 불만도 없진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선 외곽 포지션이니깐 국정에 대한 책임을 가진 이 대표와 달리 아무 부담 없이 ‘좌(左)클릭’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본질은 자기 장사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실 보좌관 역시 “이 지사 입장에서도 예산과 법안이 처리되는 11~12월 정기국회가 본인 존재감을 높일 ‘모처럼의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도 고민이 없지 않다. 특히 청와대와 대립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이날 경제 3법 관련 메시지에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님께서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경제 3법의 처리를 간곡히 당부했다”고 적었다. 지난 10일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주장할 때도 글 도입부에 “최근 문 대통령님께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고 적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외부에선 이 지사를 문 대통령과 대립시키려 하지만, 사실 민주당 정책만 놓고 보면 두 분이 가장 진보적으로 겹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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