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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짜리 소들의 '뿔치기' 한판…청도 소싸움, 9개월만에 재개

중앙일보

입력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2020년 청도소싸움경기'에 출전한 싸움소가 격돌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개막한 '2020년 청도소싸움경기' 모습. 뉴스1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열린 '2020년 청도소싸움경기'에 출전한 싸움소가 격돌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개막한 '2020년 청도소싸움경기' 모습. 뉴스1

싸움대회를 지켜보며 경마처럼 합법적인 베팅을 할 수 있는 ‘소 싸움판’이 9개월 만에 경북 청도에서 다시 시작됐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싸움에 돈을 걸 수 있는 청도 소싸움 경기가 주말인 지난 14일부터 재개됐다"고 15일 밝혔다. 청도 소싸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2월 잠정 중단됐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청도 소싸움은 전통시장에서 슬며시 벌어지는 아마추어 소 싸움판이 아니다. 경남 의령, 충북 보은 등 전국 11개 민속 싸움소 대회에서 8강 이상 오른 소들만 모여 승부를 낸다.

 정부가 공인한 내기 싸움판인 청도 소싸움은 1인당 한 번에 100원~10만원을 걸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싸움소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지난해에만 국내외 관람객 56만2364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내기로 오간 돈만 267억원 정도다. 경기는 연말까지 토요일 10경기, 일요일 10경기씩이 열린다.

 청도 소싸움은 보통 한해 100여일간 1200여 경기가 열린다. 그리고 매년 마지막 12월에는 최강의 싸움소를 가리는 '왕중왕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경기가 코로나19로 중단돼 왕중왕전은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소들은 대회가 중단된 동안에도 혹독한 훈련을 해왔다. 주된 연습은 타이어를 끼운 말뚝의 아랫부분을 머리로 들이받은 뒤 뿔을 이용해 타이어를 들어 올리는 훈련을 한다. 여기에 일부 소들은 200㎏짜리 타이어를 끌고 공터를 돌거나 주인과 산을 타며 체력 훈련도 병행했다.

 싸움소들은 체력 훈련 외에도 다양한 격투 기술을 익힌다. 단단한 뿔로 상대의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뿔치기’, 상대 뿔에 자신의 뿔을 걸어 목을 비트는 ‘뿔걸이’, 머리를 들이받고 무작정 힘으로 미는 ‘밀치기’ 등이다. 고급기술인 ‘목감아돌리기’를 익힌 싸움소도 있다. 얼굴을 상대 목 아래에 쑥 집어넣어 순간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들어서 내치는 기술이다.

 소들은 싸움 기술을 익히는 틈틈이 보양식을 통해 몸을 만들기도 한다. 싸움소들은 통상 볏짚에 풀과 메주콩·옥수숫가루·쌀가루를 섞어 만든 쇠죽을 주식으로 먹는다. 일부 소들은 쇠죽 외에도 십전대보탕 같은 한약재로 만든 보양식을 함께 먹는다.

 소싸움은 체중에 따라 갑·을·병으로 나뉜다. 헤비급에 해당하는 갑종(800㎏~무제한), 미들급에 속하는 을종(700㎏~800㎏ 미만), 라이트급에 준하는 병종(600㎏~700㎏ 미만)이다. 소싸움은 최대 30분 이내에 상대 소가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나거나 엉덩이를 보이고 달아나면 승리하는 경기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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