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린치핀" 오바마가 썼던 이 말, 文에 다시 꺼낸 바이든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13:58

업데이트 2020.11.12 17:47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12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1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린치핀’(linchpin, 핵심축)”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이날 오전 9시부터 14분간 통화를 했다며 이런 대화 내용을 전했다.

미국이 한국에 린치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한미 동맹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 대한 안보의 핵심축”이라면서 린치핀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해 10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한·미 동맹은 린치핀 그 이상”이라고 했다.

린치핀은 바퀴가 축에서 빠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핀이다. 빼버리면 전체가 무너지는 핵심 부품이다. 미국은 이전엔 주로 미·일 동맹을 강조하며 린치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국이 린치핀이라고 지칭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상대적으로 린치핀이라는 단어가 적게 등장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6월 26일 토론토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G20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6월 26일 토론토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바이든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에서 한국을 다시 린치핀이라고 표현한 것은 한·미동맹의 강화이면서, 동시에 한국에 부담일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하라고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이 첫 통화에서 ‘인도·태평양’을 언급하면서 린치핀 얘기를 했다는 것은 지역 차원에서 한국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라며 “중국 문제에서 한·미가 같은 입장으로 가야한다는 의미라서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바이든 시대’의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에게 협력하라고 더욱 세게 요구할 것”이라며 “아시아 동맹 복원을 위해 한·일 관계도 회복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인도·태평양’은 해당 지역을 지리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재향군인의 날(11일)에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당선인의 높은 관심과 의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가 끝난 뒤 트위터에 “굳건한 한미동맹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진 두 장을 게시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7월 미국 워싱턴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을 방문해 헌화하는 사진과 바이든 당선인이 이날 헌화하는 사진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전화 통화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전화 통화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번 미 대선 결과는 바이든 당선인의 오랜 국정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 그리고 명확한 비전에 대한 미국 국민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후보 경선 수락 연설에서 인용한 셰이머스 히니의 시 ‘트로이의 해결책(The Cure at Troy)’을 다시 인용해 축하를 건넸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일생에 단 한 번, 간절히 기다리던 정의의 파도가 솟구칠 수 있다면, 역사와 희망은 함께 노래하리’라는 시구가 담긴 시다. 지난해 12월 록밴드 U2 내한 당시 리더 보노는 히니의 친필 서명이 담긴 시집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보노, 히니는 아일랜드인이고, 바이든 당선인은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이다.

문 대통령은 또 바이든 당선인과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인연을 언급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의원 시절 노력해온 것을 우리 국민도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의원이던 1983년 DJ에게 “(한국 민주화를 위한) 당신의 노고에 감사한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 말고 연락해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983년 9월 30일 바이든 당선인(당시 상원의원)이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왼쪽)와 1984년 2월 27일 김 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낸 편지 2점을 9일 공개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983년 9월 30일 바이든 당선인(당시 상원의원)이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왼쪽)와 1984년 2월 27일 김 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낸 편지 2점을 9일 공개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문 대통령보다 30분 앞선 이날 오전 8시 30분에 바이든 당선인과 전화회담을 했다. 스가 총리는 “일·미 동맹은 갈수록 엄중해지는 일본 주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의 번영에 불가결하며,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바이든 당선인에게 말했다고 NHK 등이 전했다.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보다 바이든 당선인과 더 빨리 통화한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 간 통화는 상호 조율에 따라 편안한 시점에 하는 것이다. 누가 먼저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오전 9시 통화는 우리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며 “가장 편안한 시간대, 업무를 시작하는 9시 정도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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