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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동료에 사기친 검찰 직원...300억 받아 주식으로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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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 일러스트. 연합뉴스

검찰 압수수색 일러스트. 연합뉴스

고수익을 미끼로 1년여 만에 수백억원대 부동산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주지검 정읍지청 8급 실무관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구형했다.

'300억 부동산 투자 사기' 30대 실무관 #주식 투자로 날려…1심 징역 7년 6개월 #항소심 최후진술서 "진심으로 반성·사죄"

 1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김성주) 심리로 열린 A씨(39·여)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징역 9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전주지검 정읍지청장 부속실에서 근무하던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사기)로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여간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검찰 동료 등 지인 수십 명에게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300억원가량을 받아 실제로는 주식에 투자한 혐의다. 투자금 대부분은 주식 투자로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7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나로 인해 많은 이들이 경제적 피해를 봤고, 어떤 이의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검 정읍지청 전경. 김준희 기자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검 정읍지청 전경. 김준희 기자

 이 사건은 A씨로부터 꼬박꼬박 들어오던 이자 등이 몇 달째 밀리고 연락도 끊기자 피해자 일부가 지난 3월 정읍경찰서에 고소장을 내면서 불거졌다. "A씨가 중간중간 돌려막는 형태로 돈을 갚다 보니 사기 행각이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A씨는 직위 해제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법무법인(로펌)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여기에 투자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 "부장검사 출신이 로펌을 차렸다" 등 거짓말로 지인들을 속였다.

 A씨가 1년여 만에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검찰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고향인 정읍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평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에서 약 14년간 근무한 A씨는 4년 전쯤 전주지검에서 정읍지청으로 발령받았다.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검 정읍지청 전경. 김준희 기자

전북 정읍시 수성동 전주지검 정읍지청 전경. 김준희 기자

 사건이 알려지자 정읍지청 동료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투자자 중 16명은 아직도 27억원가량을 못 받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A씨가 지인들에게 300억원가량을 받았어도, 270억원이 넘는 투자금은 돌려줬기 때문에 사기 피해액은 훨씬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당시 검찰 관계자는 A씨 사건을 이른바 '용도 사기'로 규정하며 "A씨가 중간에 갚은 돈을 뺀 실질적인 피해액은 27억~28억원이지만, 법리적으로는 300억 원대 사기가 맞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9일 열린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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