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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왜 같이 살아? 체납자 부부 신고땐 최대 20억 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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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긴 한 변호사의 실제 거주지를 수색해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압류했다고 5일 밝혔다. 그의 서재 책꽂이에는 현금 360만원, 금고에는 일본 골프회원권과 순금, 명품 시계·가방 등이 있었다. [국세청]

국세청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숨긴 한 변호사의 실제 거주지를 수색해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압류했다고 5일 밝혔다. 그의 서재 책꽂이에는 현금 360만원, 금고에는 일본 골프회원권과 순금, 명품 시계·가방 등이 있었다. [국세청]

수억원대 세금을 체납한 A씨는 배우자와 갑작스럽게 이혼을 했다. 이혼 이후 재산분할을 하면서 저당 잡힌 부동산은 A씨 소유로, 재산가치가 있는 부동산은 배우자 소유로 넘겼다. 하지만 이 부부는 이혼 이후에도 계속 같이 살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지인 B씨는 두 사람의 위장 이혼 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A씨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배우자에 재산을 숨기는 수단으로 위장 이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성 국세청 징세과 서기관은 "이혼한 체납자 부부가 같이 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제보하면 증거자료로 인정될 수 있다"며 "재산이 있는 사람이 위장 이혼을 한 것이면 대부분 탈세로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납자 A씨는 체납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한 뒤 배우자 소유로 재산을 숨겼지만, 제보자 신고로 적발됐다. [국세청]

체납자 A씨는 체납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한 뒤 배우자 소유로 재산을 숨겼지만, 제보자 신고로 적발됐다. [국세청]

신고 포상금 지급기준 완화 추진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 은닉재산 신고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신고 포상금 지급기준 완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현재는 신고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체납 세금 징수금액이 5000만원 이상일 때만 포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를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국세청은 지난 2월 기획재정부에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했고, 내년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떤 증거가 인정되나? 

신고자는 징수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할 때는 최대 20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자가 포상금을 받으려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체납자가 작성한 이중 계약서나 회계장부 등은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또 회삿돈을 친인척 인건비로 빼돌리기 위해 받은 통장사본 등도 인정한다. 재산을 숨기기 위한 차명 대여금고 이용 사실도 증거가 된다. 이런 구체적인 증거는 사내 경리·회계담당자에 의한 내부 고발이 있어야 가능할 수 있다. 국세청은 신고자 신원이 누설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 체납자 부부의 위장 이혼의 경우에는 이혼 이후에도 함께 사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동영상·사진 등도 단서로 인정한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신고로 얼마나 세금 걷었나? 

지난해 말 기준 고액·상습 체납 명단 공개자는 5만6085명으로 체납액은 51조1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친인척에 대해서도 금융 조회를 확대하는 등 체납 처분 행정을 강화했지만, 국세청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홈페이지·우편·세무서 방문 등으로 은닉재산 신고를 받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5년간 은닉재산 신고로 징수한 체납 세금은 총 401억원이다.

유병철 국세청 징세과장은 "고액 체납자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환수하려면 국세청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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