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수입은 123만원, 월세는 41만원, 사는 곳은 7.3평의 원룸.’
서울살이를 하는 청년들이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11일 ‘서울 청년 월세 지원’ 신청자 2만24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서울에 사는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10개월까지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월세 지원 사업'에 나섰다. 월세 지원을 받기 위해선 소득 기준(중위소득 120%, 월 210만8633원 이하)에 따라 보증금 1억원 이하에 월세 60만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청자 총 3만4201명 가운데 2만2405명이 설문에 답했다. 주요 조사통계는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4997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①월세살이 청년 평균소득 123만6000원
월세 지원을 받는 대상자로 선정된 4997명의 평균 소득은 123만6000원. 이는 도시 근로자 1인 가구(중위소득 120%) 기준 월평균 소득인 317만4000원의 38.9%에 불과한 금액이다. 선정자들의 수입이 낮은 까닭엔 일자리 문제가 있었다. 선정자 중 20.4%가 무직 상태였다.
반면 이들이 낸 보증금은 평균 871만4000원으로 보증금이 500만원 이하라고 답한 경우는 선정자의 49.1%에 달했다. 월세는 평균 41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신청자 2만여명의 월세 평균 37만3000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관리비(평균 5만5000원)까지 포함하면 청년들이 짊어진 주거비는 46만5000원으로 평균 소득의 37.6%에 달했다.
②단독·다가구 많이 살고 여성비율 높아
월세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단독·다가구 주택(507%)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다세대주택(22.4%)이 꼽혔다. 오피스텔(15%)과 고시텔 등 비주거용 건물(4.8%)에 사는 경우도 20%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62.3%)이 많았다. 직업군별로는 사무직(23.3%)이 상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청년 월세 지원 신청자들의 평균 월세살이 기간은 14.9개월이었다. 6개월 미만인 단기 거주자도 32.8%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거주 기간이 1년 미만인 비율이 20대가 59.6%, 30대가 37.1%로 조사돼 20대 주거지 이동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③원룸·반지하·옥탑방살이 청년들
주거공간별로는 가구와 가전제품이 구비된 원룸에 사는 경우가 71.5%로 가장 많았다. 면적별로는 24㎡(7.3평) 이하가 66.2%로, 이 가운데 14㎡ 이하의 협소 주택에 산다고 답한 경우는 13.6%에 달했다. 지하·옥탑방에 산다고 응답한 청년은 14.6%였다. 성별에 따른 반지하나 지하, 옥탑방 거주 비율은 남성이 20.8%로 여성(11%)보다 높았다.
청년들은 월세살이 이유로 ‘학교 또는 직장과 거리가 가까워서’(48.3%), ‘경제적 이유 때문에’(41.1%)를 많이 꼽았다. 현재 주거상태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44.8%였다. ‘별로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는 18.2%였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 청년 1인 가구는 62만명으로 지난 5년 사이 10만명가량 급증했다”며 “올해 처음 시작한 청년 월세에 신청자가 지원 규모의 7배 가까이 몰린 것은 주거비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큰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