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10일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주요 증권사에 대한 심의를 열고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를 포함한 기관 및 임직원 징계안을 의결했다. 제재심이 의결한 제재안은 앞서 금감원이 증권사들에 사전 통보한 제재 수위에서 일부 감경됐다.
이날 제재심의 최대 현안은 CEO 징계 수위였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앞서 진행한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금감원 검사국은 신한금융투자 김형진 전 대표에 직무정지, 김병철 전 대표에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대신증권에는 현 금융투자협회장인 나재철 전 대표, KB증권에는 유일한 현직 CEO인 박정림 대표와 전임자 윤경은 전 대표에 직무정지를 사전 통보했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개 단계로 구분되는 임원 징계 가운데 중징계로 분류된다. 직무정지를 통보받은 임원은 그 즉시 정해진 기간동안 직무에서 배제되고, 임기를 마치더라도 이후 4년동안 금융회사 임원으로의 연임 및 선임에 제한을 받는다. 문책경고를 통보반은 임원은 현재 임기를 마친 뒤 3년동안 금융회사 임원 연임 및 선임이 제한된다. 전직 임원의 경우 곧장 취업 제한이 발효된다.
이날 제재심은 금감원 검사국의 판단을 대체로 수용했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KB증권 전 대표에겐 검사국 사전통보안과 마찬가지로 직무정지를 부과했다. 다만 박정림 KB증권 대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겐 각각 1단계씩 감경된 문책경고와 주의적경고(경징계)를 부과했다.
제재심은 이날 CEO에 대한 징계 외에도 각 증권사에 대한 징계 등을 의결했다. 라임 펀드의 부실 은폐 및 수익률 조작 등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신한금융투자와 라임펀드 부실을 사전 인지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라임펀드를 고객들에게 계속 판매한 KB증권에 대해서는 업무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반포WM센터 한 곳을 통해 라임펀드를 2500억원 가까이 판매하면서 본사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투자권유 자료 등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신증권엔 반포WM센터 폐쇄와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그밖에 제재심에 오른 여타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면직과 직무정지 등 조치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날 제재심이 의결한 제재안은 향후 윤석헌 금감원장의 결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에 차례로 상정된다. 금감원이 건의한 제재안을 금융위원회가 확정 의결하면 금감원은 그날부터 10일 이내에 각 금융회사에 최종 제재안을 통보한다. 제재심 의결일로부터 제재안 통보일까지는 한 달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제재안이 통보되더라도 증권사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사들이 소송을 무기 삼아 제재에 불복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다수다. 앞서 지난 1~3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당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CEO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아든 우리·하나은행은 곧장 효력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 등으로 맞선 바 있다. 이들 은행은 현재까지 금감원과의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