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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략적 인내'에 데였나... "한반도 평화" 목소리내는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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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과 관련, 일제히 '한반도 평화 진전'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과 관련, 일제히 '한반도 평화 진전'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외교·안보, 경제통상 분야 등에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도록 미리 준비하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 한미동맹이 더욱 굳건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전날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고, 항구적 평화의 전기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함께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바이든 당선인께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제 우리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 선언 ▶내년 초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당면 과제로 꼽았다. 여당의 유력한 두 대선 후보가 바이든 시대에도 기존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적극적 관여정책’ 기대하는 與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재임 기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기조를 고수해 왔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부통령으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재임 기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기조를 고수해 왔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부통령으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연합뉴스

여권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유독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장거리 미사일(광명성 2호)을 발사한 뒤, 유엔안보리 제재를 빌미로 2차 핵실험(2009년 5월)까지 강행했다. 이후 북한이 먼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원칙이 됐고, 북한은 8년간 철저히 고립된 가운데 핵·미사일 무장도 강화했다.

민주당 내에선 ‘전략적 인내’가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조가 되는 걸 막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는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과거) 전략적 인내 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지만 지금은 우리 문재인 정부가 있는 것이고, 우리 국민이 강력히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저는 충분히 클린턴 정부 때의 그런 정신(적극적 관여정책)을 계승 발전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외교 외에도 국회 차원의 의회 외교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는 능동적 자세로 대미 외교에 집중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며 “민주당도 다각적인 의원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한반도 TF 방미단은 오는 16~21일 미국을 찾아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들과 접촉을 시도한다.

전문가들 “섣부른 접근은 금물”

전문가 토론 등 학습과 여론 작업도 동시에 진행중이다. 지난주 박성준 의원 주최 토론회(5일)와 민주연구원 토론회(6일)에 이어, 이날은 우원식·오영훈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포진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을 초청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관계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 원장은 "미일 동맹을 강화해 한국을 패싱하고 이간질한 출발점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본 문제가 우리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종택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관계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 원장은 "미일 동맹을 강화해 한국을 패싱하고 이간질한 출발점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본 문제가 우리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종택 기자

김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전략적 인내는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 실패한 전략이다. 스스로 가져올 리 없다”며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바이든 캠프 측근들과의 접촉에 대해선 “(취임일인) 1월 20일까지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이크 플린 트럼프 정부 초대 안보 보좌관이 러시아 대사관을 만나 낙마했다. 한두 걸음 떨어진 학자 자문단 또는 한인사회를 우회해서 협상을 주장하면서, 정식 캠프에 들어가지 않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는 게 좋다”는 게 김 원장의 당부였다.

지난주 민주연구원 토론회에선 “바이든 정부가 과거 전통주의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상현 세종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비확산문제로 볼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 기조 하에 강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조성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도 “한미 군사연습에 대해서는 대북압박과 동시에 대중 압박에도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SLBM이나 핵실험을 준비할 때는 언제라도 군사연습은 원상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맞춰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지난 몇 년간 한미 양국의 잘못된 대북정책과 오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키워준 결과를 초래했다”며 “북핵 폐기와 한미 군사훈련 복원 등 원칙 있는 한반도 정책으로 복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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