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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반갑긴 한데…美빅테크들 반독점법이 껄끄럽다

중앙일보

입력

"통합, 공감, 품위는 옛 시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강한 민주주의를 미국 시민이 다시 증명했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바이든과 해리스 당선인을 축하합니다. 전염병을 통제하고, 기후 변화와 빈곤 문제를 위해 새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이 협력하길 기대합니다."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카멀라 해리슨 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는 메시지(왼쪽)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남긴 메시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캡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카멀라 해리슨 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는 메시지(왼쪽)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남긴 메시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반겼다. 아마존·MS·페이스북 등 빅 테크와 실리콘밸리 기업 임원들은 7일(현지시각)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바이든 베팅한 실리콘밸리

이번 대선에서 실리콘밸리는 바이든에 미래를 걸었다. 미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만 민주당에 1억 9900만 달러(2230억원)를 선거 후원금으로 냈다. 공화당 후원금은 2200만 달러(246억원)에 그쳤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MS·넷플릭스 등 주요 IT 기업 직원들도 민주당에만 1400만 달러(157억원)를 후원해 트럼프 캠프 기부액(85만 달러)의 16배를 기록했다. 바이든 쪽 후원자로는 페이스북 공동 창립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 링크드인 창립자 리드 호프만, 전 구글 CEO 에릭 슈미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등이 이름을 올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 전쟁으로 기술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높였고, IT기업 우수인력 확보에 필수인 취업 비자 프로그램을 제한했다"며 "기술 기업이 트럼프보다 예측가능성이 큰 바이든을 선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술 기업은 중국과 관계 악화가 글로벌 사업에 악영향을 준다고 본다"며 "바이든 당선인도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은 지속하겠지만, 강경 일변도인 대중 정책을 다자주의로 전환시키고 이민과 취업 비자 등에서 트럼프 보다 유연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바이든에 베팅한 기술 기업들의 주가도 올랐다. 바이든 당선인의 우세가 알려진 4일(현지시각) 이후 페이스북 주가는 10.6% 올랐고, 아마존(8.6%), 애플(7.5%), 알파벳(6.9%) 주가도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 6.9%, S&P500 지수 7.3%, 나스닥 9% 오르며 4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숙제, 플랫폼 독점 견제

미국 빅 테크가 대선 결과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민주당의 반(反)독점 칼날은 넘어야 할 숙제다. 미 하원은 지난 1년간 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에 집중해 왔다. 지난달 450쪽 분량의 '디지털 경쟁 조사' 보고서를 통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독점 기업으로 지명하고 기업 강제분할도 가능한 반독점법 개정을 제안했다.

빅 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주)의 재무장관 임명설도 실리콘밸리엔 잠재 리스크다. 워런 상원의원은 "아마존, 구글 등 빅 테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으며, 경쟁을 거부하고 있다"며 빅 테크 기업해체를 주장해 온 강경파다. 미 IT전문 매체 씨넷은 "빅 테크가 오바마 행정부 때와 같은 아늑한 관계를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IT기업 분할 등 초강력 독점 규제법을 추진할지는 불투명하다. 해리슨 부통령 당선자는 '실리콘 밸리의 조용한 동맹자'(워싱턴포스트)라 불릴 정도로 기술기업과 가깝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IT 대기업 해체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미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바이든은 대선 기간 반독점 문제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의 고문단을 보면 강경파와 빅 테크 지지파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에 향후 독점기업 규제강화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블루웨이브' 달성 여부 

향후 테크 기업의 관심사는 상원이다. 민주당은 이미 하원 다수당을 확정 지은 상황. 대통령 뿐 아니라 상·하원 다수당을 민주당이 차지하는 '블루웨이브'에 성공할 경우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8일 현재 민주당은 상원 48석을 확보해 공화당(50석 예상)보다 2석이 모자라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내년 1월 결선투표를 하는 조지아주에서 2석을 민주당이 확보할 경우 과반인 50석이 된다. 이 경우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해리슨 부통령 당선인이 당 추진 정책에 힘을 싣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법인세 증세(최고세율 21%→28%)·독점규제 등 민주당 추진 정책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미.

조원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의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급격한 변화보단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장기적 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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