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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상 감염 "멀티 폭발"…1단계 아슬아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가운데 수도권에는 수위가 가장 낮은 1단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처럼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언제든 1.5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수도권 일평균 70명 수준, 일상 파고든 전파 #"잠재된 감염 누적"…언제든 1.5단계 격상 가능

새 거리두기 시행 속 불안한 세자릿수 

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143명 늘어 누적 2만7427명이 됐다. 검사 건수가 전날(1만935건)의 절반 수준(5631건)으로 줄었지만, 전날보다 환자가 54명 늘면서 이틀 만에 세 자릿수대로 올라섰다. 국내 발생이 118명으로 서울(54명), 경기(23명), 인천(2명) 등 수도권에서 환자가 79명(67%) 나왔다.

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동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동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7일부터 적용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는 5단계(1→1.5→2→2.5→3단계)로 나뉜다. 현재 충남 천안과 아산을 제외한 전국 지역은 가장 낮은 1단계(생활방역)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은 그러나 언제라도 1.5단계로 격상될 가능성이 큰 권역이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1주간 국내 발생 일평균 환자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수도권은 현재 65.4명으로 1단계 기준에 부합하긴 하지만 코로나 확산 가능성이 커지면 천안·아산처럼 선제적 격상이 이뤄질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에서의 점진적인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거리두기 1.5단계로의 격상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국민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1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1.5단계로 오르면 유흥시설에선 춤추기나 좌석 간 이석이 금지되고, 노래방에서도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결혼식장·장례식장 등에는 시설 면적 4㎡(약 1.12평)당 1명의 인원 제한이 적용된다.

'모임' '직장' 일상에 퍼진 감염

최근 코로나 발생 상황을 보면 요양병원·시설 등 취약집단에서 환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가족·지인 모임, 직장, 시장 등 일상 곳곳에서 무더기로 확인되고 있다. 뚜렷한 대규모 집단감염은 없지만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이유다. 서울 강서구 보험사와 관련해서 지난 4일 첫 환자가 나온 뒤 8일까지 누적 환자는 25명으로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 증권사에서도 지난 1일 첫 환자 확인 후 8일까지 누적 22명이 확진됐다. 충남권의 아산 직장(누적 35명)과 천안 콜센터(32명)도 환자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직장에서 시작된 감염이 가족과 지인 등 n차 감염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5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20명이 집단으로 발생한 충남 천안의 한 생명보험 콜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20명이 집단으로 발생한 충남 천안의 한 생명보험 콜센터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인·가족 모임을 연결고리로 한 확산세도 이어지고 있다. 8일까지 경기 용인시 동문 골프모임 관련 환자는 누적 62명, 경남 창원 제사모임 관련 환자는 28명으로 늘었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족·지인 모임 등을 연결고리로 한 소규모 유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모임에서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증상이 나타나면 감염 규모가 커지기 전에 빠르게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우나와 시장, 학교와 헬스장, 지하철역 등에서도 크고 작은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퍼질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두더지 잡기 식 상황에서는 추적이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어서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시행 이틀째인 8일 서울의 한 쇼핑몰 내 음식점에 일반음식점 핵심방역 수칙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시행 이틀째인 8일 서울의 한 쇼핑몰 내 음식점에 일반음식점 핵심방역 수칙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상황으로, 특정 감염자가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에 노출돼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집단 발생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수도권 일평균 환자가 100명 아래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순히 확진자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지금은 곳곳에서 멀티 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으로 오히려 한 곳에서 환자가 대규모로 확인됐던 신천지 때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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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7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나 핼러윈·단풍행사 등의 모임이 증가하면서 지역사회에 ‘조용한 전파’로 잠재된 감염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같은 때일수록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거리두기 등 방역의 기본 원칙을 잘 지킨다면 지역사회로의 추가 전파와 집단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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