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백악관 앞 시민들 "넌 해고야" 트럼프 유행어 되돌려줬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08 10:04

업데이트 2020.11.08 15:36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하는 인파들이 몰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해고"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눈에 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하는 인파들이 몰려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해고"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눈에 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대통령님, 당신은 해고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앞은 바이든 승리를 축하하는 인파로 가득 찼다.

백악관 북측 라파예트 광장을 둘러싼 2.4m 높이 쇠 울타리에는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고 적힌 포스터가 내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출연자들에게 한 대사를 응용해 트럼프 대통령 낙선을 풍자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같은 단체보다는 친구나 연인,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한낮 기온이 25도까지 오른 화창한 날씨 덕분에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을 데려온 가족, 전동 휠체어에 탄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지나가는 자동차는 리듬에 맞춰 경적을 울려댔고, 롤러스케이트를 탄 청년은 성조기를 들고 내달렸다.

한 노인은 전동 휠체어에 '다시 나라가 되다(A nation once again)'는 푯말을 내걸었다.

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위해 모인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 짐 싸!"라는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위해 모인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 짐 싸!"라는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젊은 청년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삿짐 운반 차량 유홀(U-haul)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트럼프를 위한 유홀(U-haul)'이란 푯말을 만들어왔다.

'트럼프·펜스 당장 나가(Trump-Pence Out Now)' '트럼프를 버려라(Dump Trump)'고 적은 푯말도 여럿 있었다.

지지자들은 바이든 당선에 크게 고무돼 있었다. 백악관 앞에서 만난 대학생 코리 그로퍼(18)는 "바이든은 지금까지 선거인단 290명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총투표도 기록을 세웠다"면서 "사람들이 그를 원하고, 그는 모든 사람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학생 저스틴 래머로(18)는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할머니와 엄마와 여동생은 충격에 울었다"면서 "지금 미국은 너무 양극화됐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으로 돌려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일 백악관 앞에 모여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 축하 인파. [AP=연합뉴스]

7일 백악관 앞에 모여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 축하 인파. [AP=연합뉴스]

백악관 인근 맥퍼슨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CNN 개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워싱턴 시민들은 삼삼오오 잔디밭에 앉아 샴페인과 맥주를 마시며 바이든 승리를 축하했다. 화면에서 애틀랜타 등 다른 도시 시민이 환호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곳에서 만난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온 교사 새러 모리니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고 외쳤다. 그는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이 정상(normalcy)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 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도 백악관 앞에 있었는데 "'우리는 견딜 수 있어'라고 서로 격려했었다"고 말했다.

연방 공무원인 앤 스웰링턴은 "4년 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너무 충격이 커서 울었다"면서 "바이든 당선으로 과학과 팩트가 존중받는 시대가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양극화된 미국 사회가 조속히 치유되기를 희망했다. 흑인 댄서인 조나선 토머스(31)는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사람에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서 나라를 화합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대학생 키넌 그린(19)은 "이제부터는 선출된 정치인들의 몫이다. 국민을 진정시키고,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고, 모두를 위한 정책을 펴야 또 다른 혼란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15번가 도로 위에서는 대형 스피커에서 1980년대 흑인 밴드 '쿨 앤 더 갱'의 히트곡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이 흘러나왔다. '좋은 시간을 축하해, 컴온(Celebrate good times, come on)'으로 시작하는 흥겨운 리듬에 낯선 사람들이 함께 춤을 췄다.

7일 백악관 앞에 모여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 축하 인파. [EPA=연합뉴스]

7일 백악관 앞에 모여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인 축하 인파. [EPA=연합뉴스]

그곳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의 '갓 블레스 USA(God bless USA)'가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때 무대에 오를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트럼프 '주제곡'으로 인식되는 음악이다. 트럼프 지지자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음악을 튼 노인은 '의견이 다르다고 서로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자'는 푯말을 세워놓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는 이름의 바이든 당선 반대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우편투표를 조작해 자신이 승리를 빼앗아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근거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줄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워싱턴은 바이든 후보 득표율 93%로 압도적으로 '푸른(민주당 상징색)' 곳이어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 미만으로 나온 위스콘신(0.62%포인트), 펜실베이니아(0.55%포인트), 조지아(0.18%포인트)는 양 진영 간 긴장감이 증폭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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